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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정치논리에 중앙승가대 학사행정은 뒷전

  • 교계
  • 입력 2018.01.31 22:29
  • 수정 2018.02.05 11:09
  • 댓글 15

승가학원 이사회 총장선출 연기
직무대행 체제 또 불가피할 듯
학내 구성원, 이사회 비판 확산
“총장 선출 않으면 학교 파행”

▲ 중앙승가대 전경. 중앙승가대 홈페이지 캡쳐.
학교법인 승가학원 이사회(이사장 설정 스님)가 2월1일 예정됐던 차기 중앙승가대 총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를 후보간 조율 등을 이유로 잠정 연기했다. 현재로서는 이사회가 현 총장 원행 스님의 임기만료일인 2월18일까지 차기 총장을 선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중앙승가대는 또 다시 총장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학교 행정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총장 선출 때마다 이사회가 정치적 논리로 총장 선출을 미루면서 종단의 기본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를 파행으로 이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승가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법인 이사회는 1월30일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를 2월1일 개최하기로 했지만 후보 내부 조율 등을 이유로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 소집을 이틀 남겨 두고 회의를 잠정 연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그만큼 후보 조율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승가학원 정관에 따르면 중앙승가대 총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당연직 이사장인 총무원장이 임면한다. 별도의 후보추천 절차 없이 이사회의 의결로 선출하도록 했지만, 역대 총장 선출과정에서 중앙승가대 총동문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중앙승가대 출신 스님들이 종단의 중책을 맡으면서 이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에도 중앙승가대 총동문회는 이사회를 앞두고 기수별 임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추천소위원회를 거쳐 현 총장 원행, 전 중앙종회의장 성문, 초심호계원장 원종 스님을 총장후보로 추천했다.

현재까지 세 스님 모두 총장에 뜻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 총장 원행 스님이 차기 총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후보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주변의 만류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이사회가 선출하면 재임할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승가대 1기 출신 성문 스님과 5기 출신 원종 스님도 총장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후보가 늘면서 최종 선출권을 쥐고 있는 이사회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가 후보들간의 내부 조율을 거치지 않고 특정후보를 총장으로 낙점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행 스님이 현 중앙종회의장이고, 성문 스님도 중앙종회의장을 역임한 데다 중앙승가대 총동문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로서는 어느 후보도 쉽게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사회가 총장 선출을 잠정 연기한 것도 이 때문으로 중앙승가대가 정치논리에 밀려 교육기관으로서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가 차기 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잠정 연기하면서 중앙승가대 총장 선출문제는 장기화 될 전망이다. 종단 안팎에서는 현 총장 원행 스님의 임기만료일인 2월18일까지도 이사회가 소집될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많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중앙승가대가 4년 만에 또 총장직무대행 체제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럴 경우 2월23일 예정된 중앙승가대 졸업식도 총장직무대행이 주관할 수밖에 없고, 학사행정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앙승가대는 지난 2009년과 2012년에도 이사회가 5·6대 총장 선출을 미루면서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파행을 겪었다. 6대 총장 선출과정에서 이사회는 총동문회가 추천한 원종 스님과 교수회가 추천한 미산 스님이 총장후보로 경합을 벌인다는 이유로 장기간 총장선출을 미룬 채 방치했다.

이로 인해 중앙승가대는 2012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1년 5개월가량 총장직무대행이 학교를 운영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2013년 졸업식과 입학식이 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됐고, 권한 없는 총장직무대행으로 학내 인사와 학교 장기발전사업 추진을 두고 학내 구성원간에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학교 구성원들은 강한 우려와 함께 이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승가대 한 관계자는 “중앙승가대 총장은 종단 기본교육기관을 이끄는 학교행정의 수반일 뿐임에도 이사회는 번번이 정치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며 “교육을 외면한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에 전가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총장직무대행 체제를 방치하는 것은 학교를 망가뜨리는 일”이라며 “이사회는 정관에 부여된 권한대로 서둘러 총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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