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 건물지 등도 확인
“당대 최고 건축물” 추정
황복사 실체 규명 실마리
신라의 왕실사찰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경주 황복사(皇福寺)의 웅장한 면모를 보여주는 유적과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지난해 8월부터 경주 낭산 일원(사적 제163호)에서 2차 발굴 조사를 진행 중인 성림문화재연구원(원장 박광열)은 1월31일 “황복사지 삼층석탑 근방 4670m²를 조사한 결과 통일신라시대 십이지신상 기단 건물지, 회랑, 연못 등 대규모 유구를 비롯해 금동불입상과 보살입상 등 불상 7점을 포함한 유물 1000여 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일에 쌓였던 황복사의 성격과 규모가 자세히 규명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복사는 ‘삼국유사’에 654년(진덕여왕 8년) 의상(625~702)스님이 29세에 출가했다고 기록된 절이다. 1942년 황복사지 삼층석탑(국보 제37호)을 해체했을 때 나온 사리함 뚜껑에서 ‘돌아가신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신성한 영령을 위해 세운 선원가람’이라는 뜻의 ‘종묘성령선원가람(宗廟聖靈禪院伽藍)’이라는 글자가 나와 왕실사찰로 추정됐다. 당시 삼층석탑의 해체 수리 과정에서 금제여래입상(국보 제79호), 금제여래좌상(국보 제80호)도 발견돼 주목받았다.
이번에 발굴이 진행된 곳은 황복사지 삼층석탑에서 동쪽으로 약 30m 지점에 있는 논 경작지 일대다. 성림문화재연구원은 황복사지 실체 규명과 유적 보존정비를 위해 2016년 이 일대에서 1차 발굴조사를 실시해 효성왕(재위 737~742)을 위한 미완성 왕릉을 발견한 바 있다.
이번 2차 조사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십이지신상 기단 건물지와 대석단 기단 건물지, 회랑 터, 배수로, 연못 등 황복사의 건물 배치를 알려주는 유구가 발견됐다. 특히 내부를 회랑으로 돌린 독특한 구조로 배치된 대석단 기단 건물지는 현재까지 경주지역에서 확인되지 않은 가람배치 방식으로 황복사지의 중심 건물로 보인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십이지신상 중 묘(卯, 토끼),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가 조각된 석재가 불규칙적인 간격으로 놓여 있는 십이지신상 기단 건물지는 대석단 기단 건물지와 함께 황복사지의 중요 전각지로 추정된다.
출토된 1000여점 이상의 유물은 장식이 화려한 신장상(부처님을 비롯한 불자들을 수호하는 신장의 조각상) 화상석, 치미, 기와 등으로 대부분 7~9세기에 해당하는 토기와 기와다.
박광열 성림문화재연구원장은 “황복사는 7~10세기 법등이 유지된 것으로 판단되며 가람배치 등으로 미뤄볼 때 당대 최고의 건축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지 가람의 특징과 함께 연못으로 추정되는 방지와 대석단 중앙석계단 등은 황복사 이후에 조성된 불국사의 조형도 추정해볼 수 있는 형식으로 매우 귀한 유적”이라며 “신라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밝히는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주=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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