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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49재 세계무형유산 등재가치 충분”

기자명 자현 스님
  • 기고
  • 입력 2018.02.05 11:45
  • 수정 2018.02.05 12:04
  • 댓글 7

[특별 기고]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

▲ ‘신과 함께’는 불교의 49재설에 입각해 지옥의 심판을 다룬 영화다.

불교의 49재설에 입각한 지옥의 심판을 다룬 영화 ‘신과 함께’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인구 대비 1400만 관객이란, 관람 가능한 거의 모든 사람이 영화를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종교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임에도 종교를 초월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신과 함께’ 중심소재는 49재
한국불교 핵심적인 무형유산
사찰 안정·불교발전에 기여
스님·불자들 자부심 고취도

현재 ‘신과 함께’는 대만 시장을 강타하고 중국 대륙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불교적으로는 받는 게 많았던 한중관계에 문화를 통한 역류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신과 함께’의 첫 장면은 불교의 ‘수생경(壽生經)’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영화는 전편에 걸쳐 7번의 지옥심판이라는 지극히 불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종교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적지 않다. 예수를 다루는 영화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상영되며, 지난 2010년에는 주윤발 주연의 ‘공자-춘추전국시대’가 개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종교를 내세운 영화는 한결같이 흥행실패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어떤 의미에서 종교영화는 특정 종교의 포교나 교육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불교를 말하면서도 불교를 넘어선 결과를 이룩한 ‘신과 함께’의 흥행은 한국 영화사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도 일대 획을 긋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신과 함께’의 중심소재인 49재는 인도의 윤회론을 불교에서 4단계로 구분하면서 시작된다. 이를 4유설(四有說)이라고 하는데, ‘①탄생(生有)→②삶(本有)→③죽음(死有)→④죽음 이후부터 재탄생 이전까지(中有 혹 중음)’를 의미한다. 이 중 ①∼③까지는 모두가 아는 일상적인 것이며, ④ 즉 ‘중유’가 윤회와 관련된 종교적인 측면이다. 이러한 중유에 고대 서북인도에서 사용되던 7진법 체계가 가미되면서, 7일 동안 7번 심판한다는 7×7의 49일 윤회설이 완성된다. 7진법 문화에서 7의 제곱은 ‘완전’이나 ‘완성’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49일이 윤회에서 망자가 재탄생하는 기간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49일 중유설은 이후 티베트 불교의 ‘사자의 서’와 같은 측면으로 유전되기도 한다.

49일 중유설은 불교를 타고 동아시아로 전래하며, 중국문화권의 가장 큰 특징인 조상숭배와 조우한다. 그 결과 당나라 말기가 되면 유교 및 도교적인 측면들과 조화를 이루며, 7번의 심판은 총 10번으로 늘어나게 된다. 유교에는 49일 이후에도 100일제와 소상인 1년상 그리고 대상인 3년상이 더 있다. 이를 3번의 심판으로 추가하여 총 10번의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유교는 사후세계관이 약한 종교로 독자적인 사후세계가 없다. 때문에 망자에 대한 의례는 탄생의례와 일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① 생일-기일
② 100일-100제
③ 돌-소상(1년)
④ 3살-대상(3년)
여기에는 ‘탄생과 관련해서 3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의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논어’를 보면, 부모에게 양육되는 최소한의 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그 보은으로 3년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라고 되어 있다. 즉 부모의 3년 양육에 대한 보답이 바로 사후 3년 보은인 것이다.

불교는 선행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융합하며 승화시켜 나간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왕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① 진광대왕- 사후 7일째의 심판
② 초강대왕- 사후 2×7일째의 심판
③ 송제대왕- 사후 3×7일째의 심판
④ 오관대왕- 사후 4×7일째의 심판
⑤ 염라대왕- 사후 5×7일째의 심판
⑥ 변성대왕- 사후 6×7일째의 심판
⑦ 태산대왕- 사후 7×7일째의 심판    ▶ 49재
⑧ 평등대왕- 사후 100일째의 심판    ▶ 100일재
⑨ 도시대왕- 사후 1년의 심판 ▶ 소상
⑩ 전륜대왕- 사후 3년(만 2년)의 심판 ▶ 대상

10번의 심판을 담당하는 시왕 중 핵심은 인도 사후세계의 주관자인 ⑤염라대왕이다. 그렇기 때문에 염라는 시왕 중에서도 중간에 위치한다. 또 ⑦태산대왕은 티끌모아 태산, 할 일이 태산, 갈 길이 태산, 걱정이 태산, 양사헌의 시조 속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에 등장하는 태산과 관련된다. 도교에는 태산에 사후세계가 있고, 이를 태산신인 태산부군이 관장한다는 믿음이 있다. 이 부분을 불교가 수용한 것이 바로 태산대왕이다. 이렇게 불교는 인도문화와 동아시아의 전통을 한데 아우르며, 49재를 통한 시왕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즉 49재에 입각한 시왕신앙은 인도와 중국을 문화적으로 관통하는 조상숭배의 한 특징을 보여주는 인류의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셈이다.

시왕의 한반도 전래는 통일신라시대지만, 이의 확대는 조상숭배가 발달하는 숭유억불의 조선이다. 이러한 결과가 오늘날 불교의 망자의례를 대표하는 49재이다. 49재라는 말은 굳이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을 정도로 외연이 넓다. 이는 49재가 종교를 넘어 천주교에서 ‘49재 미사’로 수용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불교에는 오랜 전통과 미적 숭고함이 결합된 다양한 무형의 종교의례가 존재한다. 이 중 영산재는 지난 2009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연등회와 수륙재 그리고 탑돌이와 어산 및 범패 등은 모두 국가나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 조계종에서는 연등회를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을 종단 차원에서 강력하게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그러나 부처님오신날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퍼레이드성 연등회와 전불교적인 추모의례인 49재는 범위와 실질적인 면에서 비교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연등회가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다분히 보여주기 위한 장엄문화라면, 49재는 실질적인 재화 산출을 동반하는 경건한 추모의례이다. 또 연등회가 대규모 사찰들이 주도하는 행사라면, 49재는 전국의 모든 사찰과 승려들이 함께하는 가장 폭넓은 한국불교의 핵심적인 무형유산이다.

이런 점에서 연등회는 결코 49재에 비견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김장문화가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처럼, 49재 역시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승려들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의 계승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49재에 대한 대사회적인 인식이 크게 환기되면서 사찰의 안정과 불교발전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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