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투’와 선학원 법진 이사장

기자명 심원 스님

최근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직장 내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연일 보도되고 있는 ‘여검사 성추행’이란 예사롭지 않은 사건이 그것이다. 현직 여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자신의 성추행 피해와 인사 불이익을 공개하면서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에 검찰총장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응분의 조치를 약속했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책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장·차관 워크숍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문화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며 혁신과제의 하나로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미국에서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사회 전 분야를 휩쓸고, 타임스 업(Time’s Up)이란 조직이 결성되었다. 미투 캠페인은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계기가 되었다. 피해자 중 한 사람인 가수 알리사 밀라노가 ‘나도 피해자라는 해시태그[#metoo]’ 캠페인 제안으로 시작된 것이 미국 정관계까지 확산되었다. 타임스 업은 ‘이젠 끝났다’는 뜻으로, 미국 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없애자는 취지를 가지고 올해 1월1일 발족하였다.

미투와 타임스 업은 곧바로 연대행동으로 이어졌다. LA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배우들이 ‘검은 색 옷차림’으로, 뉴욕에서 열린 제60회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흰색 장미'로 성평등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한 것이다.

검사는 능력 있는 전문인이고, 여배우는 유명한 인물이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곧바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직장 내 한켠에는 불이익이 두려워 감출 수밖에 없는 평범한 여성들이 있다. 용기를 가지고 폭로하는 순간 그들은 생계가 위협받는다. 직장에서 내쫒길 각오를 해야 한다. 반면, 가해자는 죄의식 없이 버젓이 활보하고 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위계에 의한 직장 내 성범죄’는 매우 악질적 범죄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1월11일, 선학원 역사상 초유의 참상이 벌어졌다. 선학원 법진 이사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징역 6월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선학원의 수장인 이사장 신분으로, 성범죄 잡범들과 뒤섞여 재판을 받고 끝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치욕스런 사건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기막힌 일은 이사회의 태도이다. 선고 후 처음 열린 이사회, 선학원 안팎에선 이번만큼은 이사회가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랐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미 지난 2016년 사직서를 제출한 법진 이사장의 거취를 결정하고, 선학원정상화를 위한 혁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러나 일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사회는 “법정 증인 심문 등에서 조계종 고위층의 다각적 개입과 고소인의 기억 왜곡에 대해 확인해 본 결과 성추행은 아니라고 본다”며 “법원 1심 판결에서 이런 증거들이 전면 배제된 것에 대해 2심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한다”는 진상조사위원장 철오 스님의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법진 스님을 비호하는 공식 행보를 취한 것이다.

선학원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신명도 아끼지 말아야 할 이사장이, 오히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전 구성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게다가 이를 바로잡아야 할 이사회는 도리어 법진 이사장을 비호하는 세력으로 전락했다. 이사장은 공인으로서 모든 자격을 저버렸고, 이사회는 본연의 직무가 무엇인지 망각했다. 이런 이사장과 이사회를 그대로 묵인한다면 선학원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그렇다고 사회법이 무너진 선학원의 위상을 바로잡아주지는 못한다. 분원장뿐이다. 오직 분원장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행동만이 선학원을 개혁할 수 있다.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사장과 이사회의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할 때, 위기에 처한 선학원을 바로세울 수 있을 것이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