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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석가탑 사리 장엄구의 슬픈 역사

기자명 이병두

부주의로 깨진 뒤 접착제로 복원

▲ 1966년 석가탑에서 발견되어 1967년 부주의로 깨진 뒤 접착제로 복원한 유리(琉璃) 사리병.

2015년 9월 16일 경주 불국사 경내에서 석가탑 사리와 관련 유물(이하 ‘사리구’) 봉안식이 열렸다. 1966년 도굴 사건에 이은 석가탑 해체 과정에서 발견된 뒤 이리저리 떠돌다가 49년 만에야 본래 자리를 찾아 모신 것이다.

불국사측 부주의 사리병 파손
절과 다툼 최씨 폭로로 확인
40여 조각 복원해 국보 결정
국립박물관 옮긴뒤 불교계로

“충격 준 도굴-복원 공사–파손–사리와 다라니경 발견까지 : 소홀했던 복원 작업, 격분 뒤에 온 기쁨, 국보급의 사리”라는 제목으로 이 사실을 전한 기사(‘경향신문’ 1966년 10월 19일)에서 보듯이 이 사리구는 1966년 10월 석가탑 도굴 사건이 일어난 뒤 복원 공사 과정에서 탑이 파손되면서 사리와 관련 유물 일체가 발견된 반전(反轉)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이 반전은 그 뒤 다시 되풀이 된다.

불국사 측의 부주의로 사리병이 파손되어 모조 유리병에 봉안한 사실이 경내 사진촬영과 관람료 매표권 이해관계로 절과 다툼이 있던 최모씨의 폭로로 드러난 뒤(‘동아일보’ 1967년 1월9일), 경찰이 주지(벽암 스님)를 철야 심문하여 “옮기려다 떨어뜨려 깨졌다”는 자백이 나오고 주지 구속 가능성이 거론되었다.(‘동아일보’ 1967년 1월11일)

이 사건이 확대된 뒤 문화재 위원과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40여 조각 난 석가탑 사리병을 접착제로 복원, 국보로 하기로 결정”하고 “파손된 사리병은 국립박물관 경주 분관(현 경주박물관)에 보관”하게 되면서(‘동아’ 1967년 1월30일), 사리와 장엄구 일체는 탑 조성 때 봉안된 이후 1200년 동안 머물렀던 불국사 석가탑을 떠나 남의 집인 박물관에서 길고 긴 더부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임시 보관’ 명분을 내세워 국립박물관으로 옮겨간 뒤 정부에서는 불교계의 반환 요구를 계속 거부하였고 불교중앙박물관을 개원한 뒤에도 핑계를 대면서 반환을 거부하자, 당시 조계종 문화부(부장 탁연 스님)가 ‘석가탑 사리 장엄구’라 표시한 빈 전시대 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계심”이라고 쓴 안내판을 붙여놓는 묘수(妙手)를 두기도 하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09년 12월17일 조계종으로 모셔오고(정부에서는 ‘반환이라고 함) 다시 6년이 지난 2015년에야 본래 자리에 봉안하게 된 것이다.

사리를 장엄하며 1200년 세월을 탑 속에 모셔져 있던 여러 유물들은 1967년 9월16일 ‘불국사 삼층석탑 내 발견유물’이라는 이름으로 국보 126호로 일괄 지정되었는데, 이 중에서도 너비 약 8㎝, 전체길이 약 620㎝의 두루마리로 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은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본으로 확인되어 세계인쇄문화의 역사를 바꾸게 되면서 세계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발견 당시 “소홀했던 복원작업, 격분 뒤에 온 기쁨, 국보급의 사리”라는 ‘경향신문’의 기사 제목에서처럼 이 사리구들은 큰 실수가 가져온 우연한 발견이었다.

그런데 사찰 내부 이해관계 다툼으로 유리병 파손과 모조품 제작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원 유물을 폐기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지만 이런 실수는 경제 상황이 어렵고 문화재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던 그 시절에 한 번으로 끝내야 하는 법이다.

1000년 세월을 잘 이겨내다가 관리 소홀로 깨져서 접착제로 붙인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 유리병 사진 한 장이 보내는 경고음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면 안 된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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