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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티(sati)의 기능과 의미

요즘 ‘사티(sati)’라는 용어는 명상이나 심리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한두 번은 들어봄직한 익숙한 용어라 여겨진다. 기본적으로 불교의 ‘사티(sati·念)’라는 말은 일상적으로나 수행적인 맥락에서 자주 사용되는 심리적인 작용이나 현상을 나타내는 주요술어다.

‘기억하다’서 파생된 명사
마음지킴·바른기억 해석
영어 번역인 ‘마음챙김’이
국내로 유입돼 찬반논쟁

최근에 이 ‘사티’라는 용어가 불교적인 차원을 넘어 명상상담이나 심리치료의 분야에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이는 서구 의학계에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불교의 명상적 요소인 ‘사티’를 도입한 존 카밧진(Jon Kabbat-Zin, 1979)교수에 의한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 등의 영향에 기인한다.

일찍이 이를 통해 서구에서는 ‘sati’가 명상심리치료의 핵심개념으로 자리매김했고, 영어로는 ‘mindfulness’로 번역되어 통용되고 있다. 이에는 사념처수행 중 신념처의 호흡과 관련하여 경험되는 내·외적인 느낌이나 심리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사티적 요소나 기능이 심리치료의 프로그램개발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불교의 ‘sati’에 대한 기존의 영어번역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 ‘sati’에 대한 영어번역인 ‘mindfulness’가 ‘마음챙김’으로 번역되어 소개되는 과정에서, 불교학계에서는 ‘마음챙김’이라는 번역어를 둘러싼 찬반논쟁으로 몇 년에 걸쳐 매우 활발하게 생산적인 논의들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논쟁의 결과로서 대체로 국내에서는 ‘sati’가 두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는 듯하다. 즉 견해의 차이에 따라, ‘마음챙김’ 혹은 ‘알아차림’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불교의 ‘사티’(sati·念)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용어상으로 살펴보면, 흔히 통용되는 ‘사티’란 팔리어이고, 원어인 산스크리트어로는 ‘스므리티(smṛti)’로 ‘기억하다(to remember)’를 의미하는 ‘동사어근 √smṛ’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이는 한역으로는 ‘염(念)’을 비롯한 ‘마음지킴(守意)’ 혹은 ‘바른 기억(正念)’ 등으로 영어로는 ‘mindfulness(마음챙김)’를 비롯해 ‘awareness(알아차림)’ ‘attention(주의집중)’ 그리고 ‘remembrance(기억)’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전적인 이해방식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유부의 아비달마체계는 불교교리에 대한 해석학적인 기반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심리현상을 마음자체(心法)와 마음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심리작용(心所法) 간의 유기적인 관계로 설명한다. 이 때 심소법 중 하나인 ‘사티’란 선․불선․무기 등 항상 모든 마음과 함께 일어나는 10대지법 중의 하나로, ‘소연 즉 인식대상을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않는 심리작용’ 등으로 정의된다.

한편 유식학에서는 유부의 아비달마체계 보다 더욱 발전된 형태로서 10대지법이 변행심소와 별경심소로 나뉘어 설명된다. 이 때 ‘sati’는 어떤 한 대상을 인식할 때 항상 8식과 함께 작용하는 변행심소와 달리 대상에 따라 별도로 특정한 대상에 대해 일어하는 심리작용으로 정의된다. 이는 ‘일상적으로는 경험한 것을 잊는 않는 것, 즉 기억력’이나 ‘수행론적인 맥락에서는 마음을 통일하거나 집중하는 것, 지속적인 알아차림, 마음챙김’ 등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상으로 ‘사티’의 의미를 정리하자면, 불교의 전통적 교학체계에 따른 고전적인 의미나 명상상담이나 심리치료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는 현대적인 이해방식은 필자가 보기에 번역 용어상으로는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명상상담이나 심리치료적인 맥락에서 정의되는 존 카밧진 교수의 ‘현재 이 순간의 비판단적이고 의도적인 주의집중’이나 장현갑 교수의 ‘지금 여기에서의 마음챙김(今處心)’이라는 현대적인 이해방식은 심리현상의 조건화반응(자동화사고)과 이에 대한 비판단적 자각이나 통찰을 강조하는 찰나적인 시간성의 문제가 심리치료적인 관점에서 창의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27호 / 2018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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