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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태고 분규 상징 ‘선암사 분쟁’ 타결되나

  • 교계
  • 입력 2018.02.08 21:20
  • 수정 2018.02.12 12:44
  • 댓글 6

광주고법, 강제조정 결정
“40년간 태고종 관리하되
이후부터는 조계종이 관리”
양측 모두 “불만족스럽다”
판결부담에 수용 가능성도

 

순천 선암사 소유권을 두고 조계종과 태고종이 수십년간 갈등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광주고등법원이 “향후 40년간은 태고종이, 이후부터는 조계종이 관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강제조정 결정을 발부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두 종단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어서 결렬될 가능성이 있지만, 양측 모두 최종 판결에 부담이 큰 만큼 법원의 중재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60년 넘게 조계종과 태고종간 갈등의 상징이었던 선암사 소유권 분쟁도 사실상 일단락된다.

광주고등법원 제1민사부(수명법관 김성주)는 ‘선암사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 청구소송 항소심과 관련해 2월5일 조계종과 태고종측에 각각 강제조정 결정문을 발부했다. 강제조정은 민사 분쟁이 있을 때 재판부가 직권으로 원고와 피고간의 화해조건을 결정하는 것으로, 양측이 2주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이 속개된다.

강제조정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은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40년 동안 순천 선암사에 관한 모든 관리권이 태고종에 있음을 확인한다. 이 기간 동안 조계종은 태고종의 관리행위를 방해하지 않으며, 관리기간이 종료되면 이후 조계종이 선암사의 관리권을 행사한다.

또 조계종은 관리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선암사에 설치돼 있는 ‘한국불교 태고종 교육기관인 승가대학’을 존치하며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될 당시 승적에 올라 있는 태고종 소속 승려들의 수행과 거주권을 보장한다. 이와 함께 조계종은 관리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선암사 산내말사인 대승암‧대각암‧운수암‧청련암‧향로암과 산외 말사인 향림사‧도선암에 대한 관리권이 태고종에 있음을 확인한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선암사 토지소유권이 원칙적으로 조계종에 있음을 확인하는 대신, 태고종이 실질적 점유를 해 왔다는 점에서 40년간 관리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법원은 “이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이익,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해 결정했다”며 합리적 중재안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재안에 대해 조계‧태고종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태고종측은 “40년간 조계종에 전세를 살다가 나가라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계종측도 “40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길다”며 “더구나 선암사와 관련 없는 말사까지 관리권을 넘기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의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종단 내부의 입장을 조율하고, 변호사 등과 충분히 상의한 뒤 최종 판단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는 양측 모두 법원의 최종 판결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계종으로서는 1심 재판에서 패소한 데다 태고종측이 선암사를 점유해 왔다는 점이 부담이다. 반면 태고종은 비록 1심에서 승소했지만, 1심 재판부가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다른 판결을 내려 상급심에서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어 섣불리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조계종과 태고종 모두 최종 판결을 택하기보다 일단 이의신청을 제기한 뒤 재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판결에 따라서는 어느 쪽이든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선암사는 1950년대 비구·대처승간의 갈등으로 촉발돼 오랜 기간 조계종과 태고종이 소유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워왔던 사찰이다. 1962년 통합종헌에 따른 대한불교조계종이 선암사를 조계종에 등록했고,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조계종 산하 사찰로 등록을 완료했다. 이후 통합종단조계종으로의 참여를 거부해 온 선암사 대처승들은 1970년 한국불교태고종이 설립되자 1971년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 소유권보존 등기를 진행했다.

그러자 당시 대한불교조계종선암사 주지였던 윤모 스님은 1972년 문화공보부장관으로부터 “선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이라는 내용의 사실증명원을 토대로 선암사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로 변경했다. 이후 선암사는 등기부상의 소유권은 조계종이, 실점유권은 태고종이 행사하면서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이런 가운데 태고종측이 2014년 “1972년 윤모 스님이 진행한 선암사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변경한 등기절차는 부당하다”며 조계종을 상대로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양 종단의 소유권 분쟁은 재점화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순천지원은 “대한불교조계종이 불교단체 등록을 신청할 당시 첨부서류인 전국사찰대장에 선암사를 소속 사찰로 기재했다는 사정만으로 선암사가 조계종 사찰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찰 구성원의) 적법한 의사결정에 따라 통합종단에 가입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며 태고종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조계종측은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선암사를 조계종으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대처승 측의 반대결의 내지 이를 문제 삼은 기록이 없고, 행정절차에서도 위법성을 의심할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선암사 대처승 측이 1962년 통합종단 조계종 가입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합법적인 종단등록까지 부정하는 것은 대법원의 판례에도 배치되는 것”이라며 항소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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