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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삶 지배하는 인식의 오류를 읽다

  • 불서
  • 입력 2018.02.12 10:01
  • 수정 2018.02.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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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읽기: 이병두가 본 책 속의 세상×책 밖의 세상’ / 이병두 지음 / 모과나무

▲ ‘오늘의 읽기: 이병두가 본 책 속의 세상×책 밖의 세상’
 
조선 최고의 작가이자 문학비평가로 평가 받는 허균이 스승처럼 존경했던 이달은 20대 젊은 나이에 요절하기 전 ‘더 보고 싶은 책이 많은데 몇 년 만 더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탄식했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은 오래전 이 대목을 보면서 “나도 살아 있는 동안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사서 읽을 수 있는 복을 누리고 싶다”는 원을 세웠다.

그리고 책 속에 숨어 있는 지식과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는 것도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법보신문’에 서평 연재를 하면서 매주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독자들과 소통했다. 그 중 100권의 책을 골라 ‘오늘의 읽기: 이병두가 본 책 속의 세상×책 밖의 세상’으로 엮었다. 여기에는 역사, 철학·사상, 세계화·빈곤·평등, 인물전기·평전, 환경·생태, 과학, 이웃 종교와 문학작품 등의 내용이 두루 담겼다. 하지만 안에 깃든 이야기들은 일관된다. 인간의 탐욕, 인간의 분노,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탐진치 삼독에 물든 인간들의 세상에서도 자비와 지혜, 그리고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전작 ‘향기로운 꽃잎’이 불교 신행이야기를 시작으로 불교계 지도자들을 향한 쓴 소리까지 담았듯, 이 원장은 ‘오늘의 읽기’에서도 100권의 책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한 실상을 고발하며 대중들의 고착화된 인식에 경종을 울리고,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고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역설하고 있다.

▲ 책 사랑이 유별난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이 100권의 책을 통해 세상 안팎을 살핀 ‘오늘의 읽기’를 펴냈다.

저자는 ‘정감록 역모 사건의 진실 게임’에서 “금서를 돌려보고 다락 깊숙이 감춰두었던 우리 젊은이들이나 ‘정감록’을 베껴 숨겨두고 몰래 보던 옛사람들이 느꼈던 전율이 같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역모’나 ‘국가 변란’ 혐의로 처벌을 받는 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고”라며 비밀을 만들어가는 권력의 이면을 질타한다. 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는 “굶주림을 대물림 당하고 있는 세상 어린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를 통해서는 “우리사회에서 학벌은 이미 인종차별이나 여성차별 등과 같이 모든 사회적 집단 무의식에까지 깊이 파고든 거대한 편견으로 존재한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에밀졸라가 드레퓌스 사건 진행 과정에서 쓴 11편의 글을 묶은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언론계와 가톨릭교회와 지식인들에게 ‘광신주의자’ ‘매춘부’ ‘파렴치한 상술’이라고 한 에밀졸라의 절규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질타하는 목소리로 들리지 않느냐”면서 에밀졸라가 당시 대통령 펠릭스 포르에게 보낸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진실이 땅 속에 묻히면 그것은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획득하며, 마침내 그것이 터지는 날 세상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이라는 대목을 소개한다.

이 땅에서 무수히 묻혀가는 진실을 회복하기까지는 큰 희생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 잘못이 바로잡히고, 보통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말하는 100권의 책에서 그동안 가져온 인식의 오류를 읽고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품을 넓힐 수 있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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