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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질병 얼룩진 땅에 희망을 심다”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8.02.12 10:26
  • 수정 2018.02.12 10:29
  • 댓글 1

특별 기고-인도 의료봉사 후기 권현옥 108자비손 봉사회장

▲ 권현옥 원장은 인도 성지순례 길에 올라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108자비손 의료봉사회(회장 권현옥 진주 권현옥산부인과의원장)가 지난 1월15~26일 제52차 해외 의료봉사로 인도 불교성지를 다녀왔다. 지난 10년 전반기 해외 의료봉사를 마친 뒤 후반기 10년 의료봉사를 발원하는 첫 봉사였다. 108자비손 의료봉사회를 이끄는 권현옥 원장의 봉사후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사위성 등서 5000명 진료
봉사는 누구 위한 게 아닌
‘자신 치유하는 것’ 깨달아

108자비손 의료봉사회가 인도의 부처님 성지를 찾아 1월15일부터 12일 동안 의료봉사를 마치고 왔습니다. 108자비손에 보내주신 스님들과 불자님들의 정성과 사랑 덕분에 지난 2008년 108자비손이 결성된 때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전반기 의료봉사를 회향했습니다. 2018년의 첫 의료봉사인 이번 일정은 개인적으로는 52번째 해외 의료봉사이며 동시에 후반기 10년 의료봉사를 발원하는 첫 봉사로, 오랜 꿈이었던 바이샬리를 찾아 유마 거사의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는 말씀을 가슴에 새겨왔습니다.

이번 봉사는 상카시아에서 이틀간 1000명, 사위성 108자비손 보건소, 바이샬리, 우루벨라 고행림의 천민촌, 보드가야 등에서 각 이틀 씩 총 5곳을 돌아보는 등 10일 동안 3000명을 진료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의료진은 108자비손 봉사를 꾸준히 함께해 온 도반과 동생 등 5명으로 구성됐습니다. 2000만원 상당의 약 후송은 인도 성지순례를 가는 진주 선우회와 동행해 원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최장 기간, 최고의 의약품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봉사가 마지막 봉사가 된다 할지라도 후회 없이 멋지게 한 것 같습니다. 사실 가기 전 몸과 마음이 아파 2주 동안 식음을 전폐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봉사가 시작되면서 오히려 몸과 마음이 회복되어 신기했습니다. 봉사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을 치유하는 길임을 알았습니다.

첫 봉사지였던 상카시아는 인도 불교성지 중에서 가장 외진 곳입니다. 이 지역에서 의료봉사는 4년 전 108자비손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진행하고 있어 이제는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집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영양제와 비스킷을, 어머니들에게는 가정비상용 약 세트를 선물했습니다. 장애가 있는 어린이에게는 인형이나 신발을 선물해 의료봉사라기 보다는 매년 1월 열리는 축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카시아에서 사위성까지는 버스로 10시간을 이동해야 합니다. 밤새 달리고 달려 새벽에 비로소 사위성에 도착했습니다. 사위성에서 10년 동안 의료봉사를 하다 보니 천축선원의 스님께서 108자비손 보건소를 만들어주셔서 원활하게 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108자비손 보건소는 항상 상비약을 준비해놓고 마을 주민이 아플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10시간 넘는 지역에서 걸어오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진료하면서 5명의 수술과 어린이 입원치료를 후원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108자비손 봉사는 지역 신문에도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위성에서 세 번째 봉사지인 바이샬리까지는 차로 12시간 이상이 걸렸습니다. 인도에서 가장 외진 곳이지만 부처님 당시에는 가장 크고 호화로운 도시국가였다고 합니다.

5년 전 우연히 갔다가 유마거사의 고향이며 암바팔리 망고동산이 있는, 부처님께서 가장 사랑했던 곳이기도 하여 언젠가 이곳에 봉사를 오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바이샬리에서는 2일 동안 500명을 진료했습니다. 특히 골격여성장애인에게는 해줄 것이 없어 영양제를 주며 기도를 해주었더니 주위 사람들이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성지에 갔을 때 부처님 사리탑 앞에서 구걸하는 할머니도, 수위 아저씨도 108자비손의 약 선물세트를 들고 계셨습니다. 사실 이 선물세트는 연고, 파스, 감기약, 비타민, 밴드, 관절염약 등 3만원 상당의 상비약이 들어있습니다. 이분들이 6개월 동안에는 약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도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정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갠지스강 화장터를 찾았습니다. 옆에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태우고 있고 그 옆에는 소와 개가 어슬렁거리고 관광객과 순례자들도 많았습니다. 더럽고 깨끗함을 떠나버렸고 좋고 나쁨이 혼합되어 하나가 되어 버린 곳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사랑하는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뒤 항상 가슴이 얼어있음을 느낄 정도로 아팠습니다. 제 삶에 아프고 좋은 일, 행복하고 불행한 사건들을 모두 갠지스 강에 띄워 보냈습니다.

스스로도 힐링이 된 의료봉사, 사랑과 후원을 보내주신 불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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