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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대한불교진흥원

기자명 이병두

장경호, 불교진흥원 30억원 출연 설립

▲ 1974년 10월 강화 전등사 순례.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대원거사 앞줄 맨 왼쪽 대원의 부인 추적선화 보살.

1975년 6월, 이생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대원(大圓) 장경호 거사는 자손들에게 “개인명의 재산을 부처님 은혜를 갚는 데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7월10일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사재 일체를 불교 진흥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하며 헌납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9월 9일 7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사람은…이제 멀지 않아 삶을 마칠 것을 내다보고…남자로 태어난 것과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과 불교를 신봉하게 된 것을 행복으로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였습니다.…국가와 사회 그리고 부처님의 은혜를 입은 제가 그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한 결과 본인명의의 모든 사유재산을 낙후한 한국불교의 중흥사업을 위해 내어 놓기로 하였습니다.…이토록 불교중흥을 염원하게 된 것은 그 어떤 주의나 사상보다도 불타의 정신이 건전하며 인간의 행복과 사회 윤리를 진작하고, 국가를 사랑하고 지키는 데 불교가 큰 몫을 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불교가 바로 설 때 국민정신이 올바로 설 것이며 불광(佛光)이 온 누리에 비칠 때 이 땅, 이 민족이 국태민안 속에 번영·발전하고 나아가 전 세계는 자유와 평화가 이룩될 것으로 믿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은 많을 줄 압니다. 그 좋은 일이란 자기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중생을 위하는 길이며 불교가 인간정신을 선도하고 어려운 때일수록 국가민족을 수호·발전시키는데 중요하다고 확신하게 된 본인은 오직 불교중흥이라는 일념만으로 저의 조그마한 사재를 내어 놓게 되었습니다.”

이 때 대원이 헌납한 30억원을 기금으로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설립되어 40년이 지났다. 진흥원은 그 동안 대원의 유지를 받들어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무엇보다도 불교방송 설립과 운영, 군포교 지원에 기울인 노력과 역할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조계종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종단 예산의 50% 이상을 지원하여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등 진흥원이 없었으면 한국 현대불교사는 큰 어려움에서 헤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사진은 사재를 헌납하여 진흥원을 설립할 수 있게 한 대원 거사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74년 10월 강화 전등사 순례를 가서 찍은 것이다. 이 사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대원은 “승가와 사찰을 떠난 재가만의 불교는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사찰순례와 참선을 계속 이어갔다. 스님 공경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이제 대원의 출연금 30억원으로 시작한 진흥원은 매년 수십억원의 임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건물을 여러 동 갖추어 안정적으로 불교증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그러나 대원이 세상을 떠난 뒤 그 뜻을 바르게 이어가던 둘째 아들 중원(中圓) 장상문의 별세 후 특정 대학 출신들이 이사진과 이사장을 독점하여 배타성을 강화하고 10여년 전부터는 이사장 개인 목적으로 예산을 이용하는 등 대원이 바라던 바와는 달리 “번뇌와 정신적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 ‘불교중흥’을 선도하는 역할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게 되어 안타깝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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