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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단 경찰대세지팀 권나경-상

기자명 권나경

‘법 굴리는 수레바퀴가 되라’ 법명은 내 운명

 
“너는 내 운명이다.”

언니 따라 처음 갔던 절에서
학생회 활동하며 공부에 갈증
포교사 제도 알고 난 뒤 감격

언니를 따라 처음 갔던 절은 비탈진 오솔길 따라 한참 오른 뒤에 일주문이 보였던 산사였다. 일주문 넘어서기가 망설여졌던 그 절의 불교학생회에 가입했고, 매주 토요일 방과 후 어김없이 법회에 참가했고, 고등부 3년을 개근했다. 2학년 때는 부회장을 맡아 법우들을 챙기며 법당을 정리정돈하고 법회를 진행했다.

우리 절 학생회에는 지도스님도 지도법사도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배들은 학생회 하나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절을 수소문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했다. 여러 절을 찾아다니던 중 산 중턱쯤에 있는 산사와 인연이 닿았던 것이다. 절에서 학생회 용도로 지대방 한 칸을 내어주고 법회를 허락한 인연으로도 무척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요즘 절에서 학생회를 열려고 해도 학생이 모이지 않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었다.

당시 학생회 3기였다. 1기, 2기 선배들에게 교리와 염불을 배웠다. 그리고 다시 후배들을 지도해야 했다. 108배, 1080배는 물론이고 참선과 철야정진도 했다. 가끔은 선배들이 절의 뒷산으로 나가서 야단법석을 열어주기도 했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가마니의 쌀을 씻어서 보살님들의 공양미 짓는 일을 도와드리고 손이 하얗게 피도록 설거지를 하기도 했다. 밤이 되면 마당 가득 연등에 촛불을 밝히고 뒷정리까지 마치고 하산했다.

학생회 재정은 회비를 모아서 운영했다. 모든 일들이 자발적이었다. 지금에서야 되돌아보면 10대의 어린 나이에 어디서 그런 신심이 나왔는지 참으로 기특하기만 하다. 전생에서부터 맺어진 불교와의 인연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선배들에게 조금씩 들었던 불교 기초교리인 삼법인, 사성제, 팔정도, 육바라밀, ‘금강경’ 뗏목의 비유, ‘법구경’의 여러 구절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금강경’ 구절은 오만했던 마음을 녹일 수 있었고, 밤을 지새우며 일기장을 끄적일 때 ‘법구경’ 중에서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이 멀듯이, 진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인생의 밤길은 멀고 험해라”는 구절은 감수성 예민했던 나에게 어둠속에 샛별을 발견한 것과 다름없었다.

불교교리를 공부하기 위해서 종범 스님의 ‘불교를 알기 쉽게’라는 책을 사서 읽었고, ‘법요집’을 사서 ‘천수경’ ‘반야심경’ 정근송을 외웠다. 처음 가진 이 두 권의 책은 너무나 소중하다. 낡은 표지뿐만 아니라 속지 또한 누렇게 변해있지만 불보살님께 받은 표창장처럼 책장 중앙에 자랑스럽게 놓여있다. 이렇게 알음알이 공부로 학생회 3년을 마치고 나니 더 많은 공부가 하고 싶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첫째, 내가 먼저 불교를 깊이 있게 배우고 신심을 다져서 둘째, 나와 같이 목마른 사람에게 불교를 바르게 안내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불교공부를 하며 궁금증이 많았지만 지도법사가 없었기에 같은 학생인 선배에게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 불교계에는 봉사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법주사에 여름불교수련회를 갔었는데, 지금은 열반하신 혜정 큰스님께 받은 법명이 ‘법륜행(法輪行)’이다. 이 법명은 나의 바람과 일치해 매우 기뻤다. ‘법을 굴리는 수레바퀴가 되라’는 뜻은 불자로서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불교대학 프로그램에는 정규과정을 마치면 포교사고시를 볼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포교사’는 바로 불법을 전하는 역할임을 알게 되었다. 감격스런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어린나이에 세운 원(願)이 바로 여기 포교사 제도에서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포교사 8기가 되었다.

권나경 부산지역단 경찰대세지팀 kng8859@daum.net

[1428호 / 2018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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