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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적인 돌팔매

무수한 돌팔매들이 날아다닌다. 자칫 그 돌팔매들의 목표가 되었다가는 그대로 삶을 마감할 것 같은 그러한 돌팔매들이다. 성추행, 성희롱 문제를 둘러싼 돌팔매들도 있고, 팀추월과 관계된 돌팔매들도 있다. 그런 돌팔매들을 보면서 갑자기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느냐?”고 물은 예수님 말씀이 생각나고, 또 갑자기 생뚱맞게 “어디라 더듸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어디로 던진 돌인가? 누구를 맞추려던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울 뿐이다)…”하는 ‘청산별곡’의 구절이 떠올랐다고 말한다면 상당히 많은 돌팔매들이 날아올 것만 같기도 하다.

그러한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도 무심결에 어떤 쪽에 서서 돌팔매를 날리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에 섬뜩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돌팔매를 날리거나 맞고 있는 대상들과의 친분이라든가, 내가 서 있는 사회적 위치, 또는 내가 가진 선입견들에 의해서 무심코 분노에 찬 말을 내뱉기도 하고, 짜증난 표현을 하기도 하는 것들이 하나하나 누구를 다치게 하는 돌팔매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겨서이다.

돌팔매는 절대 한 방향으로만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성희롱, 성추행과 관계된 문제에 있어서도 양방향의 돌팔매가 있다. 이미 표적이 되어 맞고 있는 이들에게만 팔매가 날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뭐, 그 시절에 그럴 수도 있지”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하는 식으로 호도를 하는 수많은 의식들이 있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보려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들을 싸잡아 욕하는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군중들도 있다. 그러한 보이지 않는 돌팔매는 더 무섭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더더욱 헤집는 돌팔매이기 때문이다.

드러난 표적으로 되어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좀 더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대중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무조건 날리고 보자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되고, 또 시대적 상황을 완전히 무시한 마녀사냥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개인들에 대한 단죄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개인들이 적당히 묻혀 넘어가게 만들었던 사회적·문화적 불평등성에 대한 엄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돌팔매의 주된 표적이 되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야말로 우리사회와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건설적인 팔매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건설적인 팔매질을 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자신의 잘못된 지점에 대해 가장 먼저 엄한 돌팔매를 날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반성이 없는 팔매질은 한 때 후끈 달아올랐다 식어버리는 일과성의 사건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성희롱, 성추행과 관련된 문제들을 접하면서 필자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팔매질 몇 번을 한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나도 알게 모르게 그런 언행을 한 적은 없을까? 문화적·사회적 불평등한 관행에 묻혀, 또 나의 사회적 위치로 적당히 넘어갔지만, 상대에게는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힌 일은 없었을까?” 그렇게 묻고 나니 작은 일이지만 요즈음 들어 반성하고 있는 일 하나가 적당한 예로 떠올랐다. 연구실에서 강의를 진행하면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어, 담배 안 피우는 학생들(특히 여학생들)에게 괴로움을 주었던 일이다. 학생과 교수라는 신분의 차이를 내세워 남의 괴로움을 모르쇠한 일들이 아니었던가? 그것이 당연한 관행이었다는 말로 나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그 일을 온전히 지금 시점에서 가혹하게 추궁당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 스스로 면죄부를 주어서도 안 될 일이다. 담배의 폐해가 부각되고, 또 개인적으로도 담배를 끊은 지금에서야 반성이 되고 있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부당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큰 지향점을 확인하고 나 스스로 그러한 지향에 올바로 서기를 다짐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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