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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연기법의 의미와 그 전개방식

4성제·12연기는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 핵심 내용

불교를 처음 접해보거나 불교를 공부해가는 과정에서 한번쯤은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은 무엇일까? 혹은 붓다의 깨달음의 내용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을 갖기 마련이다.

초기불교 부처님 교설 내용
‘연기와 법’의 긴밀한 관계
고의 현상과 원인은 유전문
실천·열반, 환멸문으로 설명

이러한 경우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것은 과연 불교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라는 문제의식이 중요하다. 요컨대 불교란 붓다의 가르침을 말하는데, 바로 붓다의 가르침이란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성취한 붓다의 체험내용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붓다의 깨달음, 즉 4선을 통한 붓다의 궁극적인 체험내용은 무엇일까? 우선 초기경전이나 율장의 관련기술에 따르면, 대개 붓다의 깨달음은 4성제나 12연기 등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붓다의 깨달음에 대한 이해방식은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러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붓다의 깨달음이 4성제나 12연기 등으로 제시되고 있는 점에서 그것은 연기법이나 연기의 도리로 이해된다. 결국 붓다의 깨달음은 연기법이나 연기의 도리로 인정되는데, 연기의 도리라는 깨달음의 내용 그 자체는 교설이나 교리로 확립되기 이전에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제시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초기불교에서 ‘맛지마니카야’의 ‘연기(緣起)를 보는 자는 법(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라는 표현은 연기법이 교설의 형태로 정리되기 이전에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제시된 연기의 도리로 이해된다.

이미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이 화두와 같은 문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연기와 법’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문제이다. 이러한 ‘연기와 법’의 의미와 긴밀한 관계는 초기불교에서 대승에 이르기까지 불교 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문제이다.

여기서 ‘연기(pratīya-saṃutpāda, 緣起)’라는 말은 ‘조건적으로 발생하는 현상 혹은 법칙’을 나타내는데, 대체로 초기불교적인 맥락에서는 마치 볏단이 서로 기대고 있는 ‘상호의존성’의 현상이나 이법을 나타낸다.

이러한 연기의 법칙이 교설의 형태로 가장 먼저 제시된 것은 초전법륜의 교설로 알려진 ‘4성제’ 혹은 ‘4제 연기’이다. 이 ‘4제 연기’의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중층의 유기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실존적 고뇌의 문제(苦諦)와 그 본질적․내적 원인(集諦)을 제시하는 ‘유전문(流轉門)의 구조’이다. 둘째는 실존적 고뇌의 문제와 그 본질적․내적 원인이 완전히 해결된 궁극적인 열반의 상태(滅諦)와 열반 성취의 직접적인 수단이자 실천적인 길(道諦)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환멸문(還滅門)의 구조’이다.

요컨대 4성제의 구조를 보면 이론과 실천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인 유전문과 환멸문이라는 이중구조로 되어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초기불교적인 맥락에서 연기와 법의 의미가 이제적인 차원에서 세속과 승의의 두 측면을 함축하고 있는 점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그런데 이러한 4성제와 12연기 등을 비롯한 초기불교의 주요 교설은 붓다의 깨달음 내용인 연기법이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제시된 ‘연기 4구’(연기공식)라는 연기적 교설을 근거로 성립되었다. 즉 ‘연기 4구’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此生故彼生).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此無故彼無),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도 소멸한다(此滅故彼滅)”라는 명제이다.

이 연기 4구의 구조를 살펴보면, ㉠과㉡은 유전문을, ㉢과 ㉣은 환멸문을 나타내는 점에서 4제 연기와 구조적으로 일치한다. 이러한 연기의 법칙은 연기와 법의 의미나 그 관계가 함의하는 세속과 승의의 두 차원이 유전문과 환멸문이라는 이중구조의 형태로 확립된 것으로 이해된다. 결국 초기불교에서 4성제와 12연기 등을 비롯한 주요교설은 붓다의 깨달음이 가장 원초적인 교설의 형태로서 제시된 연기 4구를 비롯한 연기법의 중층 구조가 표리일체의 관계로 형성되어 전개된 것이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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