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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함 속 따뜻함 가득한 푸른빛 선(禪)을 그리다

  • 문화
  • 입력 2018.03.01 11:42
  • 수정 2018.03.0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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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호 교수 35번째 개인전
4월30일까지 갤러리 비선재
전시주제 ‘아는 것을 버리다’
무유정법 화두 46점 선보여

깊은 사색을 통해 내면의 진리를 체득해 가는 선(禪)의 세계를 닮은 작품들이 대중을 찾는다. 선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예술세계를 선보여온 윤양호 원광대 선조형예술학과 교수의 초대개인전이 그 주인공이다.

▲ ‘Zeit Geist’, 259.1×193.9cm, Mixed media on canvas, 2018년.
3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서울 용산 갤러리 비선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주제는 ‘아는 것을 버리다’이다. ‘금강경’의 무유정법(無有定法)을 화두로 최근 작업한 4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무유정법(無有定法)이란 ‘진리란 정해진 바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진리’라고 이름하는 순간 그것은 진정한 진리가 아니라, 그것을 이름한 그 진리의 틀 속에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다. 해서 ‘이것이 진리’라고 하면 그것은 진실 된 진리가 아닌 것이 된다. 그는 이 ‘무유정법’을 화두로 끊임없이 순환·변화하는 가운데 새롭게 탄생하는 모습,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화폭에 담았다.

그만큼 이번 전시는 정신적인 면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푸른색은 깨달음의 상징이며, 원은 윤회와 순환을 의미한다. 특정 모양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특히 원은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형태 속에 인간과 사물, 생명과 우주를 망라하는 통합적 의미와 힘을 내포하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에서 공부를 마친 윤양호 교수가 선보이는 것이 바로 절대 형태의 원에 대한 모색이다.

사유와 명상의 대상이 돼 왔던 원을 시각적 언어의 기본 형태로서 극대화한 작품들이 그것이다. 압도적인 크기의 원, 거기에 청색 일변도의 강렬한 단일 색채감을 각인시키는 그의 작품들은 정신적으로, 시각으로, 지각적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또한 그의 원에는 살아 움직이는 내적 에너지의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마음의 깊이를 성찰해 나타내는 선사들의 어록이나 행적과 같이 예술적 행위를 통해 인간 내면의 진실한 마음을 표현한다.

▲ ‘Zeit Geist’, 227.3×181.8cm, Mixed media on canvas, 2018년.
“내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은 서로 공감하는 것이다. 안다고 하는 관념적 생각을 놓으면 그 어떠한 경우에도 혼란스럽지 않다. 우리가 혼란스럽고 불안한 것은 너무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공감은 관념적으로 아는 것을 내려놓고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가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지난 25년간 선 사상을 미학에 접목해온 그의 성과와 변화의 발자취를 평론적 관점에서 정리하는 자리라는 점이다. 그는 1994년 흰 광목천에 검은색 원을 그리는 것으로 처음 선과 현대미술을 접목했다. 그에게 검은색은 통합을 상징한다. 선이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처럼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그의 작품은 붉은색이 주를 이룬다. 수용되고 정리된 상태를 다시 풀어내기 위한 에너지, 수행의 과정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푸른색이다. 동양에서 깨달음을 상징하는 색이 금색인 반면 서양에서는 푸른색이 이를 대변한다.

전시를 기획한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갤러리 비선재에서 열리는 초대전에서 윤양호 교수는 청색 단색화를 선보이며, 단색화는 그가 오랜 기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분야”라며 “그의 작품은 동양회화적 미학과 수행을 바탕으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사물과 언어에 기반을 둔 개념적 요소가 제거되고 반복적 행위에 의한 정신성이 단색에 스며들었다. 세련되고 고양된 단색화 작품을 위해 매진해온 그의 노력에 상응하는 결실이 맺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Zeit Geist’, 181.8×227.3cm, Mixed media on canvas, 2018년.
한편 윤양호 교수 35번째 개인전 ‘아는 것을 버리다’ 오프닝행사는 3월16일 오후 6시 열린다. 갤러리 비선재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 예약 후 방문할 것을 권했다. 02)793-5445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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