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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하지만 낯선 선물 같은 풍경

  • 문화
  • 입력 2018.03.01 12:28
  • 수정 2018.03.01 12:31
  • 댓글 0

한경혜 작가, 3월7~12일
서울 인사아트스페이스서
바다 속 생명 수묵담채로

세찬 파도가 몰아치다가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바닥. 거기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을 볼 수 있다. 물이 밀려들어 온다. 물때를 잘 만나 파도가 잠잠해지는 시기에 찾아간 바닷가에는 파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요한 물속 장면을 볼 수 있다.

▲ ‘푸른 꿈’, 한지에 수묵담채, 103×145cm, 201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경혜씨가 9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3월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물은 생명이다’를 주제로 펼쳐진다. 한 작가의 근작은 한국의 바닷가를 찾아 나선 여정의 결과물이다. 물이 빠져나가서 무릎 정도의 높이로 차오르는 물속 풍경이다.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 바닷가의 어느 곳에 정박한 시선은 광활한 바다의 처연한 수평선이나 광막해서 숭고한 공간에 홀리지 않는다. 바닷물이 해안에 와 멈추는 지점, 그리고 다시 밀려나고 남은 빈자리와 그로 인해 드러난 바닥과 그곳에 사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로 공존하는 모습에 주목했다.

화면에 전면적으로 깔린 이 풍경은 원근이 형성되지 않고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바라보게 한다. 깨끗하고 맑은 바닷물 속 다양한 형태의 바위와 그 바위에 달라붙은 따개비, 조개, 미역, 군소 등 온갖 바닷가의 자그마한 생명체들이 아주 작게 자리하고 있다. 유심히, 섬세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잘 잡히지 않는 풍경이다. 사실 기존에 재현됐던 바다 풍경에선 소외되거나 배제됐던 것들이다.

▲ ‘이웃사촌(군소와 꽃게)’, 한지에 수묵담채, 101×147cm, 2017년.
작가는 바다에 관한 흔한, 상투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바닥에 붙은 시선으로 찬찬히 살핀다. 그러자 미처 알지 못했던 낯선 세계가 문득 열린다. 그것을 조심스레 먹선으로 따라 그린다. 그리고 맑고 투명한 채색을 입혔다. 한지에 수묵담채로 기법은 그런 면에서 적절하게 조응한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분명 실재하지만 낯선 선물 같은 풍경이라고 했다.

“우리는 익숙하고 관습적인 시선에서는 결코 보지 못했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선물처럼 받아보게 된다. 늘 보았던 것들이고 흔한 풍경이지만 다시 주의 깊게 보면 새삼스레 이런 장면을 간직하고 있었음을 문득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물속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그러면서도 더없이 소박하고 건강한 생명체를 발견한 작가의 시선과 마음이 빚은 맑고 깨끗한 풍경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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