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폐막한 평창올림픽은 기적이었다. 지난해 국정공백에 따른 준비부족과 북한의 잇단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새해 어렵게 조성된 남북화해 무드에 북한의 대규모 응원단 파견,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이 이어지며 가장 성공한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평창올림픽의 성과는 지구촌 스포츠 축제라는 상투적인 개념을 넘어 전쟁 직전으로 치닫던 한반도 문제에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동안 김정은 동생 김여정이 방남했고, 또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장도 특사형식으로 다녀갔다. 평창올림픽에 평화올림픽이라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을 넘어 북미 대화를 조율하며 북한에 특사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대화를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로선 북한이 비핵화를 포기할지 미지수고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은 대화에 미국이 적극성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대화는 계속 시도돼야 한다. 대화단절의 끝은 전쟁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남북의 대화가 북한이 국제제재를 피하고 핵개발을 할 시간을 벌어주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던 지난 9년, 북한에 대한 엄청난 압박과 제재의 결과는 역대 최대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이어졌고 연평도 도발과 천안함 사태로 비화됐다. 그럼에도 반성은 없다.
대화에 앞서 새겨할 덕목은 원효 스님의 화쟁(和諍)이다. 화쟁은 종파와 이론적 대립을 논쟁이 아닌 소통을 통해 더 높은 차원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북, 그리고 북미 간의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대화를 통해 공통점을 찾고 해결책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그리고 당장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대화를 하는 동안은 주먹질을 멈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는 그 자체로도 좋은 결과이기도 하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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