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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축제’라며 2월말까지 트리 밝힌 창원시

  • 기자칼럼
  • 입력 2018.03.05 13:49
  • 수정 2018.07.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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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물러가고 매화향기가 봄소식을 전하던 지난 2월 말, 경남 창원시 진해구 중원로터리 한가운데서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여전히 빛을 밝히고 있었다. 주위에 배치된 스피커에서는 캐럴까지 울려 퍼졌다. 로터리 중앙에 설치된 높이 20여m 규모의 대형 트리에는 상층부에 십자가를 달아 기독교 선교용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경남 창원시는 지난해 10월27일부터 2월28일까지 창원 성산구와 진해 등지에서 ‘도심 빛거리 축제’를 진행하며 밤마다 각종 조형물들을 설치해 운영했다. 문제는 조형물 가운데 기독교 상징물인 크리스마스트리가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진해 중원로터리 중원광장의 트리는 다른 조형물과는 달리 12월 초 별도의 점등식을 가져 기독상징물임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빛 축제의 틈에 끼어 2월말까지 점등을 지속했다.

대다수 지자체는 개별 조례를 정해 특정종교 기념일에 앞서 종교상징물 설치는 20일 내외로 규정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거리에 내거는 봉축등을 부처님오신날 20여일 전에 설치해 부처님오신날이 지나면 바로 철거하는 것도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창원시가 기독탄신일로부터 두 달이 훌쩍 지난 2월 말까지 도심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존속시킨 것은 명백한 종교편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은 지역 불교계의 시정 촉구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진해 지역 한 스님은 2월 중순에도 불이 켜진 중원로터리의 트리를 보다 못해 진해구청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구청 측은 “‘빛 축제’는 창원시가 기획한 것”이라며 책임을 시로 떠넘겼다. 창원시 측은 한술 더 떴다. 누가 봐도 기독교 상징물인 트리가 “빛 축제의 거대 예산이 투입된 시설이며 국내외 관광객을 이끌기 위한 빛 조명일 뿐 종교 상징물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창원시 측은 법보신문 보도 직후 불교계의 항의가 잇따르자 2월26일 저녁 부랴부랴 십자가 조명만 제거했다. 트리는 철거비용을 운운하며 2월28일까지 존속했다.

한 스님은 “특정종교의 기념일이 끝나면 다른 종교인들을 위해서라도 상징물을 자진 철거하는 것이 예의”라며 “그럼에도 두 달 넘게 존치하는 것은 문제다. 해당 지자체가 기독교에 특혜를 베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역 한 불자는 “지금이 12월인지 2월인지 모르겠다”며 “빛 축제가 특정종교 선교의 장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너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창원시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개한 선심성 사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만약 특정 종교에 잘 보이기 위한 사업이라면 더욱 지적받아 마땅하다. 기독탄신일이 이미 지난 2월까지 트리를 존치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며 이 같은 상식 밖 행동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점을 관계자들은 명확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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