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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3.05 13:51
  • 수정 2018.03.05 13:52
  • 댓글 0

17일간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우리 절 보살님들도 옹기종기 모여앉아 연잎 비비며, 올림픽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선수들과 참가자들의 행복한 에피소드를 나누며 감동하고 즐거워했습니다. 또한 큰 사건, 사고 소식이 들릴 때면 함께 속상해하며 슬퍼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았습니다.

중생심으로 인생 길흉 알지 못해
일희일비 욕망 표현에 불과할 뿐
흔들리지 않는 지혜로 바라보면
희로애락으로 속 태우지 않을 것

머리 좋고 적극적이며 완벽한 성격인 보살님은 자녀들에게 모든 삶을 바쳤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모두 공부를 잘해서 자랑스러워했고 두려울 것이 없었지요. 이렇게 모든 일에 자신만만했던 보살님이 상상조차 못 한 큰 실수를 했습니다. 아들의 중요한 시험 시간을 잘못 알아 늦게 데려다주는 바람에 시험을 놓쳤고, 결국 아들은 재수를 하게 된 것입니다.

보살님은 큰 충격으로 죄인이 된 것처럼 통곡했습니다. 이후 외부활동을 멈추고 오직 기도와 봉사로 지냈습니다. 그리고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자신의 욕망과 집착을 보게 되었지요. 사람들을 배려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아픔을 주고 있었고, 자녀들을 위한다고 했던 일이 오히려 아이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완벽했던 행동들이 다른 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다행히도 간절한 기도와 수행은 보살님을 죄책감과 원망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아들과는 서로에게 감사하는 배려 깊은 인연으로 바뀌게 했습니다.

몇 년 뒤에 보살님은 ‘지금 가족들이 각자의 삶으로 행복한 것은 가장 끔찍했던 그 1년의 세월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때의 실수에 감사한다고 말합니다.

인생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은 롤러코스트처럼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故事)를 떠올리게 합니다.

옛날 중국 변방에 사는 어느 노인이 말을 기르고 있었는데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났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노인을 위로하자 노인은 “이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라며 오히려 태연했지요. 몇 달 뒤, 도망쳤던 말이 암말 한 마리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웃들은 놀라워하며 축하의 말을 전했습니다. 노인은 기뻐하는 기색 없이 “이게 화가 될지 누가 압니까?”라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얼마 후,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져 크게 다쳤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노인이 크게 상심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이게 복이 될지 어찌 알겠소?”하며 평온했지요. 이후 북방 오랑캐가 침략했고 징집령으로 젊은이들이 모두 전장에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진 까닭에 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 금해 스님
옛 이야기처럼 현재 겪고 있는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중생의 짧은 안목으로는 알기가 힘듭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번 일이 일어날 때마다 좋다 나쁘다하며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속을 태웁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에는 좋고 나쁨이 없으니까요.

어떤 일이든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오늘도 좋은 날이며, 내일도,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일 것입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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