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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진정아의 ‘세탁기 보살님’

기자명 신현득

빨래하는 세탁기를 보살로 보는
동자승 해맑고 따스한 마음 담겨

세상에 고맙지 않은 게 없다. 그래서 고마운 것을 모두 세어본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러자면 우선 숨 쉬는 공기부터 손을 꼽아야 한다. 공기 없이 살아갈 사람은 없다. 다음으로 눈앞을 밝혀주는 햇빛을 손꼽아야 할 거다. 햇빛 없이 살아갈 자는 없다. 다음으로 마시는 물을 생각하자. 물 없이 살아갈 자는 없다. 둘레의 자연이 모두 보살의 손길이다.

주위 둘러보면 모든 게 보살
세탁기서 자비의 마음 느껴
뒷마당에 빨래 너는 동자승
한편의 시요 예술이며 법문

푸나무는 우리 둘레에 있는 보살이다. 이들이 열매를 키워 우리에게 먹거리로 준다. 산소를 만들어 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가 돼준다. 필기용구 연필은, 나무라는 식물의 줄기에 흑연으로 된 심을 박은 거다. 꼬마들 공부를 도와주는 연필이 얼마나 고마운가. 연필은 보살의 손이다.

보살은 위로 부처님과 부처님 가르침을 받들고, 사홍서원과 육바라밀을 실천하면서, 중생구제와 교화에 몸을 바치는 예비 부처님을 가리킨 말이다. 관세음보살은, 지구촌 70억이 넘는 인도중생(人道衆生)을 돌보기에는 손과 눈이 너무 모자라, 천수천안(千手天眼)이 되셨고, 지장보살은 지옥중생 제도를 끝낼 때까지 성불을 미루셨다.

보살이 중생에 내린 고마움과 사랑은 몇 개의 바다에 견줄만하다. 여기에 하나의 도구를 보살에 비유한 동시가 있다.

세탁기 보살님

동자승이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는다.

가사 ∙ 장삼 넣고
가루비누 넣고
마음도 통! 넣는다.

세탁기 보살님,
‘잘 빨아 주세요.’

동자승이 뒷마당 돌며
세탁기 따라 흥얼댄다.

드르르 쫙~
드르르 쫙~
덜덜덜 삐이, 끝

동자승이 세탁기서
숨찬 빨래, 꺼낸다.

엉킨 소매들 풀어
가사 ∙ 장삼 꺼내고
마음도 탁! 꺼낸다.

세탁기 보살님,
“고맙습니다!”

시의 배경이 절간이다. 동자승의 거처에 세탁기 보살이 놓여 있다. 세탁기를 보살님으로 본 생각과 눈이 기특하고 놀랍다. 그 세탁기에 가사와 장삼을 넣고, 가루비누 넣고, 마음을 넣는다. “세탁기 보살님 고맙습니다.”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스위치를 눌렀다.

“드르르 쫙~드르르 쫙~” 은 노동하는 세탁기 보살의 즐거운 노동요(勞動謠)다. 즐거운 노동에는 노래가 따르는 법. 그러다가 “일을 끝냅니다” 하는 소리 “덜덜덜 삐이”이다.

세탁기 보살의 말을 잘도 알아듣는 동자승이 한 번 더 “세탁기 보살님 고맙습니다”하고 빨래를 꺼낸다. 소매가 엉킨 가사 · 장삼 꺼내고, 세탁이 잘 된 마음까지 꺼낸다.

그리고 절의 뒷마당 빨랫줄에 그 빨래를 넌다. 시의 주인공 동자승의 행위는 한 편의 시요, 예술이요, 법문이다.

‘세탁기 보살님’의 작자 진정아(陳貞娥) 시인은 다문제일 아난존자의 법명을 이어받은 열성의 청신녀 아난(阿難)이다. 기대를 모으게 하는 아동문학가로 동시집 ‘부끄럼쟁이 짱아’ ‘따라쟁이’ 등을 출간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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