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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성제의 구조와 의미

실존적 고뇌와 이를 해결하는 수행의 길 함께 제시

일반적으로 불교를 처음 접하거나 입문하게 되면 비교적 쉽게 접하게 되는 교리가 사성제(四聖諦)이다. ‘사성제’란 ‘고제(苦諦)․집제(集諦)․멸제(滅諦)․도제(道諦)’라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말한다. 이 사성제는 초전법륜(初轉法輪)의 가르침으로 널리 알려져 비교적 친숙하고 쉬운 교리로 느껴질 것이다.

‘생사’와 ‘열반’ 이중 구조로
모든 가르침 사성제로 수렴
현대 심리치료에 이를 이용
진단과 처방에 효율적 방법

그런데 앞에서 연기 4구와 사성제의 구조적 관계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사성제의 구조는 붓다의 깨달음과 매우 긴밀한 연기사상이 ‘유전문’과 ‘환멸문’이라는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중층구조의 형태로 구성되어 내용상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요컨대 사성제는 붓다의 깨달음인 연기의 도리가 이중인과의 형태로 제시되어 ‘생사와 열반’이라는 두 길을 포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고제(결과)와 집제(원인)의 관계’는 생로병사의 실존적 고뇌문제가 발생하는 ‘유전문’을, ‘멸제(결과)와 도제(원인)의 관계’는 실존적 고뇌문제가 해결되는 ‘환멸문’을 나타낸다. 이는 아비달마적인 관점에서는 연기사상이 이중인과(二重因果)의 형태로 제시된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생사와 열반의 관계로 볼 때는 세속적인 삶(세간)과 영적인 삶(출세간)의 역동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제시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점에서 사성제는 불교의 핵심적인 교리로서 초기불교의 사상 전반을 제시하는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맛지마니카야’에는 “모든 동물의 발자국이 코끼리 발자국에 다 들어가듯이, 어떤 유익한 법(善法)이든 그것들은 모두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사성제)에 포섭된다”라고 시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성제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제는 네 가지 괴로움(四苦)과 여덟 가지 괴로움(八苦)으로 설명된다. 네 가지 괴로움은 ‘태어남(生)․늙음(老)․질병(病)․죽음(死)’이라는 인생살이에서 겪게 되는 본질적 고뇌의 문제(苦苦性)를 말한다. 이 네 가지 괴로움 가운데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괴로움 이라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는 인도인의 윤회관념과 맞물려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여덟 가지 괴로움은 생․로․병․사를 포함하여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愛別離苦) ㉢구해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求不得苦) ㉣5온(蘊)에 대한 집착으로 인한 괴로움(五陰盛苦) 등이다. 이러한 괴로움은 세 가지 형태의 괴로움으로 분류되는데, ㉠~㉢은 변하기 때문에 겪는 괴로움(壞苦性)이고, ㉣은 조건지워져 겪게 되는 괴로움(行苦性)을 의미한다.

이러한 괴로움의 원인(集諦)은 갈애와 집착이라고 한다. 멸제는 도제를 통해서 괴로움의 현상과 괴로움의 원인이 완전히 해결된 상태, 즉 열반을 말한다. 도제는 열반을 획득하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으로 8정도가 제시된다. 이는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한편 사성제는 존 카밧진 교수의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의 핵심구조인 사티와 함께 그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즉 MBSR 등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에서는 고제와 집제는 진단, 멸제와 도제는 처방을 나타내는 구조로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어떤 사람에게 심리적 불안이나 우울이라는 부정적인 심리현상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증상을 자각하여(고제) 그 원인을 명확히 이해하고 규명하는(집제) 과정은 진단으로, 한편 이에 대한 처방을 명확히 제시하여(도제) 부정적 심리현상을 해결하는(멸제) 과정은 처방으로 응용한 것이다.

결국 사성제는 고전적인 측면이나 현대적인 측면에서 실존적인 고뇌의 문제에 직면하여 이를 본질적으로 자각하거나 이해한 후 실존적 고뇌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치유의 길과 나아가 완전히 극복하는 더욱 진전된 형태의 수행의 길을 제시하는 구조로 이해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30호 / 2018년 3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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