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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과 중연가화합

평창올림픽이 인류의 제전으로서 크게 성공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특히 올림픽에서 김여정과 김영철의 방남은 4월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이어지는 크나큰 성과를 낳았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향한 선순환적인 만남의 연속이라고 하겠다. 만남이 변화를 가져온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변화는 더욱 풍성한 만남을 이끌어낸다.

불교는 만남의 종교다. 붓다는 산속으로 들어가고자 출가하지 않았다. 다소 고립된 궁성의 권좌에서 내려와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구도의 길을 걷고자 출가하였다. 붓다는 당시의 온갖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달음을 이루었다. 불교에서 출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민족이나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진리를 추구하고 발견하여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러한 붓다의 적극적인 만남의 태도는 앙굴리말라와의 만남에서 절정을 이룬다. 앙굴리말라는 연쇄살인범이었다. 붓다는 그러한 앙굴리말라를 만나러 직접 나선다. 그리고 이러한 붓다와의 만남에서 앙굴리말라의 삶은 극적으로 변화한다. 연쇄살인범에서 깨달은 성자로 거듭난다. 그는 깨달은 성자로서 자신의 과거 죄업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참회하는 삶을 살아간 것이다. 이러한 성자로서의 삶이 가능했던 것은 붓다와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김여정이나 김영철의 방남을 비롯해서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넘어서서 비난 일변도의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천안함 폭침의 원흉이라느니 앞에서는 만남을 가장하면서 뒤에서는 여전히 시간을 벌어서 핵무장을 고도화할 것이라는 의심이 그러한 태도의 이면에 깔려 있다. 그러나 연쇄살인마와의 만남에 나선 붓다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는 북한과의 만남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북한의 경우에는 앙굴리말라의 경우와 달리 그 사악함이 실제로 명명백백히 밝혀져서 누구나 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다. 천안함 폭침은 그것이 폭침이냐 여부조차 불명확하고, 북한의 핵무장의 경우 지난 수십 년 동안 핵폐기 합의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 중에 어느 쪽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세상의 사태는 항상 단순하지 않다. 중연가화합(重緣假和合)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에서와같이, 세상의 모든 일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수많은 요소들이 서로 엮여져서 이루어진다. 이렇게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세상에서도 헤매지 않고 살아갈 원칙이 있다면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의 원칙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악한 의지를 내지 않고 선한 의지를 내어서 그 의지를 받들어 실천해야 한다. 그러한 실천의지는 아무리 더디더라도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는 것이 불자의 믿음이다.

통일이 무엇인가?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통일이다. 자유롭게 서로 왕래하고 더 이상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않게 될 때 통일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있다. 김여정과 김영철의 방남에서, 북한공연단의 강릉 공연에서 남북의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에서 작은 통일을 본다. 다양한 분야에서 더 자주 만나자. 개성공단재개와 더불어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지역에도 그 폭을 넓히자.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의 차분한 해결과 더불어 남북교류의 회복과 확대발전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현실적으로 당장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자주 만나는 일이다. 함께 만나면서 다양한 일들을 이루어나가면서 팀워크가 이루어지다보면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느낌과 함께 통일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류제동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초빙교수 tvam@naver.com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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