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 / 박재현 지음 / 불광출판사
‘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 / 박재현 지음 / 불광출판사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8.03.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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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개 공안으로 현실 문제 직시하다

▲ ‘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
마조가 날아가는 들오리 떼를 가리키며 물었다. “위의 저것들은 무엇인고?” 정 상좌가 대답했다. “들오리 떼입니다.” 마조가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가는고?” 대답이 이어졌다. “벌써 날아가 버렸습니다.” 마조가 정 상좌의 귀를 잡아끌자 상좌가 아파서 소리 질렀다. 대사가 말했다. “아직 여기 있는구먼, 어째서 벌써 날아갔다고 하는고?” 정 상좌가 크게 깨달았다.

‘야압자(野鴨子)’로 널리 알려진 공안이다. ‘조당집’ 제15권 ‘오설화상’ 편에 실려 있고, ‘벽암록’ 제53칙에 ‘마조야압’으로 올라 있다. 선가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제시한 문제가 공안, 즉 화두다. 그리고 마조, 조주, 남전, 원오, 혜심, 벽장 등 옛 선지식들의 대화를 다룬 공안집으로 ‘벽암록’ ‘무문관’ ‘종용록’ 등이 전해진다. 이때 등장하는 1700가지 공안을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는 공안집이 바로 고려시대에 간행된 ‘선문염송’이다.

그동안 선어록에 전해지는 공안에 특별하게 관심 가져온 박재현 동명대 교수가 1700 공안 중에서 ‘선문염송’을 바탕으로 41개의 화두를 가려 뽑아 현시대에 맞게 현대어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지금까지의 선어록, 혹은 공안을 풀이했던 해설서들과 달리 여기에는 저자의 시사성 강한 발언과 철학적 질문이 더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저자는 ‘야압자’ 공안을 제시하면서도 조류독감으로 인한 무차별 살처분을 경계했다. “병의 정체와 행방을 놓친 당국은 병균을 옮기는 숙주를 도륙하는 것으로 병에 맞섰다”고 지적하며 “조류독감과 관련해 사람이 문제라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조류 때문에 사람이 어떤 피해를 보게 될 지만 늘 관심사다. 가창오리의 이동 경로를 쫓아가는 마음이, 혹여 사람의 잘못을 가창오리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마음이라면 남사스러운 일”이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이 책 ‘화두, 나를 부르는 소리’에서 이처럼 나름의 시각으로 사회적 문제를 가미한 내용을 앞에 두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공감이 없다면 공안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어서 공안을 직접 번역하고, 뒤에 별도의 해설을 두었으며, 마지막에 저자만의 이해와 해석을 가미한 설화를 붙였다.

저자가 41개 공안을 통해 던지는 철학적 질문에서 화두가 현시대 시사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볼 수 있고, 죽은 언어가 아닌 새로운 화두로 다가서게 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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