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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정래의 ‘인도, 삶의 영원한 거울’① - 1983년 ‘불교사상’

기자명 법보신문

더불어 살기에 행복한 나라 ‘인도’

“인도에서는 병든 개도 행복하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존중
인도에 가면 누구나 발견

이 말은 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서구라파 어느 나라의 여대생이 몇 개월에 걸친 인도여행을 끝내면서 한 말이었다. 이 한마디 말은 인도가 어떤 나라인가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라 여겨진다. 병든 개도 천대받지 않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데 하물며 병든 사람이 어찌 불행할 수 있겠는가. 그 여대생의 파악과 마찬가지로 인도에 발을 디딘 첫날 나는 그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도는 이 세상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생존을 일직선 위에 올려놓고 똑같은 가치로 존중하고 있었다.

한 마리의 소, 한 마리의 독수리, 한 마리의 다람쥐, 하나의 인간, 그 생명 하나하나가 존귀하게 받들여지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조화의 질서를 지키고 주도 해가는 것은 다름 아닌 인도 사람들 전체였다.

20세기의 문명은 한마디로 말해 인간 확대의 문명이었다. 그 거친 물결은 아무런 반성도 회의도 없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백년 세월을 그렇게 치달아 온 결과가 무엇인가. 인간의 확대로 말미암아 멸종시켜 버린 수많은 종류의 동물 군은 일단 접어두자. 이제 인간은 인간이란 종족마저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말살시켜 버릴 수 있는 무기를 장만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늙은 20세기가 간직한 공포이고 슬픔인 것이다.

이런 삭막한 시대에 인도라는 거대한 땅덩이는 마치 기적처럼 한 마리 다람쥐의 생명과 인간 생명의 존엄을 동일시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 지구상에 과연 어떤 나라가 그런 삶을 조화시키고 있는가.

인간이라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 뭐 별 것인가. 한번 태어났으면 필경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어찌 인간의 목숨만이 세상 만상의 제각각 목숨보다 더 귀할 수 있으랴. 모든 생명이 왔다가 감은 다 똑같은 법칙에 의한 것 뿐, 어찌 인간만이 대단할 수 있으랴.

이런 심오한 인식이 생활로 실천되고 있는 종교의 땅, 인도를 보면서 나는 수많은 감정의 굴절을 느껴야 했다. 그 굴절의 단면들은 충격도 있었고, 경이도 있었고, 부끄러움도 있었고, 부러움도 있었고, 회의도 있었고….

물론 인도를 이해하는 데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을 것이나, 한 나라와 한 민족을 이해하려면 정치·사회·문화·종교 그리고 그런 것들이 뒤섞여 내러온 역사까지를 종합해야 한다. 나는 인도를 가기 전 가능하면 아무런 지식도 갖추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어설픈 지식이나 편파적인 정보는 엉뚱한 선입관을 형성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에게 ‘인도는 가난하고 게으른 나라’라는 인식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박혀있었던 것이다. 그 고정관념 같은 인식마저 떨쳐낼 수는 없었다.

 

조정래 (1943~)

 
소설가는 순천 선암사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어린 시절 여수·순천사건과 한국전쟁의 경험으로 ‘태백산맥’ ‘아리랑’ 등의 작품을 썼으며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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