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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모린 스튜어트 로시-하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 바탕으로 수행 강조한 지도자

▲ 모린 스튜어트가 저술한 선불교에 관한 저서.

예술가이자 사업가인 오스카 프리드굿(Oscar Freedgood)을 만나 결혼을 한 모린 스튜어트 로시는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 나갔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콘서트를 열며 음악가로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봄날, 맨해튼에 위치한 학교에 세 아이를 등교시키고 웨스트 엔드 에비뉴(West End Avenue)를 따라 천천히 산책을 즐기며 걸어 내려오던 그는 ‘선불교연구협회(Zen Study Society)’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건물과 우연히 마주쳤다. 순간 이것이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온 불교수행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주저 없이 건물로 들어가 강의 시간표와 행사를 살펴봤다.

산책 중 발견한 선불교 협회
4년 반 수련으로 ‘로시’ 임명
물러섬 없는 수행정진 강조

3주 후 그는 일본에서 막 도착한 야츠타니 로시(Yasutani Roshi) 스님의 강연에 참여했다. 그것이 바로 그의 본격적인 불교 인생의 시작점이었다. 야츠타니 로시 스님의 말씀은 그가 파리 유학 시절부터 그토록 원하던 것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에도 와시(Eido Washi) 스님과 함께 집중수련을 받기 시작한 모린 스튜어트는 하루가 다르게 불교 철학을 머릿속에 쌓으며 이론적으로나 철학적으로 훌륭한 불교학도가 되어갔다. 하지만 에도 와시 스님이 여성 불자를 무례하게 대하는 모습과 비구니 학인 스님들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며 스님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일본에서 매년 한 번씩 뉴욕에 오는 야츠타니 로시 스님과 센 나카가와 스님 밑에서 재정비를 하고 다시 공부와 수련에 전념한 그는 4년 반 동안 뉴욕 선불교 협회에서 그 수련을 이어갔다. 센 나카가와 스님은 그가 수행 중 힘들어하거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외로움을 느낄 때 그가 수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그는 센 나카가와 스님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던 옥스퍼드대 불교협회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선불교의 철학적 이론뿐만 아니라 전통 일본 불교 스타일로 열리는 법회와 참선에도 더 자주 참여했다.

모린 스튜어트는 마침내 ‘로시’라는 선불교 내 명예로운 직책에 임명됐다. 불교협회 사람들은 아직도 선불교의 엄격한 수행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 사랑과 연민의 미소를 띠며 모두에게 다가와 행복을 전파하는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는 수행을 시작하면 가부좌를 트는 자세부터 하나하나 지적하고 고쳐주며 수행의 모든 면에서 완벽을 강조하는 엄격한 지도자이기도 했다. 명상을 지도할 때도 제대로 앉은 자세와 호흡법을 상세히 지도했다. 수행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제대로 된 명상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완벽을 기했다.

모린 스튜어트는 불교 여성교육가들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손에 꼽을 만큼 훌륭한 자질들을 갖춘 지도자였다. 여성만이 지닐 수 있는 섬세함과 따스함으로 마치 엄마처럼 제자들을 대했을 뿐만 아니라 능동적인 행동과 열성만이 개개인의 불교 수행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여성운동가였다. 그는 모든 제자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 사람들을 대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수행에 들어가면 마치 전쟁터에 나선 전사가 된 것처럼 물러서지 말 것을 강조했다.

모린 스튜어트는 1996년 86세의 나이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선불교 역사에 많지 않은 여성지도자들 사이에서도 모린 스튜어트가 남긴 업적은 오랫동안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그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불교 수행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았을 뿐 아니라 타인들에게 해답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관세음보살이 우리 세대에 환생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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