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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천태종과 정토종

“한국도, 중·일도 천태종은 종합불교였습니다”

▲ 조선 초 간경도감에서 펴낸 ‘불설아미타경’(보물 제1050호). 천태종을 개창한 천태지자대사가 해설한 판본이다. 출처=문화재청

‘폴 스완슨’(Paul Swanson) 교수를 만났습니다. 이 분은 천태학을 전공하신 분입니다. 동국대에서 천태학을 가르쳤던 이영자 선생님과도 친분이 있다고 하시면서 이영자 교수님의 회갑논총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었습니다. 그 논문집에도 천태지자 대사에 관한 논문을 기고하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천태종 소의경전은 법화경
중국에서 천태종 개종했던
천태지자, 선·염불·참회 등
기존의 수행법 종합해 정진

일본의 천태종도 종합불교
법화경과 선·밀교 등 수행

한국 천태종의 정토신앙도
조선에선 국가권력에 의해
종파로서의 존재 부정당해
근대 대한불교조계종에선
종합불교와 회통불교 존재

일본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류제동 선생이 번역한 비판불교에 대한 논문집인 ‘보리수 가지치기’라는 책을 편집한 두 사람 중 한 분입니다. 이미 정년퇴직을 하였습니다. 스완슨 교수의 동료인 하이직 교수가 제게 ‘마하지관(摩訶止觀)’ 영역본을 보여주었습니다.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총 페이지가 2500페이지라고 합니다. 스완슨 교수의 번역인데 꼬박 3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기영 선생님의 스승이신 라모트 교수의 예도 있습니다만 스완슨 교수 역시 가톨릭 신부라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작업을 할 생각인가”라고 여쭈었더니 ‘법화현의’를 영어로 번역한다고 하였습니다. ‘마하지관’이나 ‘법화현의’ 모두 천태지자 대사의 주요 저술로서, 천태학의 교학과 실천을 대표하는 텍스트입니다.

천태학을 하신 분이라서 그렇겠습니다만 질문 역시 천태종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최근(2010~) 한국의 일본 정토불교 연구 동향’이라는 제 발표 중에서 한국불교는 선과 화엄이 기초로 놓여 있고 그 위에 정토신앙이나 밀교가 놓여 있다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천태종은 어떤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방불교의 ‘위빠사나’가 유행하고 있다고 하니까 천태종의 지관(止觀)은 어떤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위빠사나는 지관 중에서 ‘관’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천태종은 포괄적이니까 정토신앙 역시 충분히 포괄할 수 있을 것인데 한국 상황은 어떤가 하는 질문을 제게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천태종은 종합불교였습니다. 우리가 알기에 기본적으로 천태종은 ‘법화경’을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하는 종단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천태종을 열었던 천태지자 대사는 기존에 존재하던 여러 수행법을 종합합니다. 선이나 염불, 참회 등을 다 받아들여서 적절하게 위상을 부여하고 수행하자고 말합니다. 사종삼매(四種三昧)가 바로 그러한 결과로 성립됩니다.

천태지자 대사로부터 중국 천태종에서는 정토불교를 중시하였습니다. 천태지자 대사의 저술 속에는 정토 관련 저술이 있으며 그 스스로도 염불을 실천하였습니다. 송나라 때 사명지례(四明知禮)는 천태종의 조사이지만 ‘관무량수경’에 대한 주석서를 남기기도 합니다.

천태종이 종합불교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은 일본불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천태종의 개조(開祖)인 ‘사이쵸(最徵)’는 사종상승(四宗相乘)이라고 해서 ‘법화경’은 물론 선, 밀교, 계율을 아울렀습니다. 그 네 가지 종파에는 들지 않았지만 정토 역시 천태종에서 연구되고 신앙되었습니다.

당나라에 유학을 갔던 엔닌(円仁) 이래 염불은 천태종 총본산 엔랴쿠지(延曆寺)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예토를 싫어하고 기꺼이 정토를 구한다”라고 말한 겐신(源信)의 ‘왕생요집(往生要集)’이 천태종의 정토신앙을 그 절정에까지 밀고 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책들에서 정토종의 독립을 이룬 호넨(法然) 역시 배출됩니다.

다만 천태종의 염불과 차이가 있다면 천태종의 종합불교라는 체계에서 염불만을 빼와서 오직 그것만을 닦자고 하는 전수염불(專修念佛)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염불 한 길만을 내세운 일본의 정토종이 독립합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정토종이 하나의 종파로서 성립되기 보다는 다양한 불교 종파에 영향을 미치는 넓이를 추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중국과 일본의 정토종을 생각해 볼 때 스완슨 교수의 질문은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천태종이 있었는데 그 천태종에서 정토신앙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저 자신 우리나라 천태종의 역사를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 역시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천태종의 역사에서도 정토신앙과 관련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보조지눌과 동시대를 살았던 ‘원묘요세(圓妙了世)’의 백련결사에서 정토염불이 행해졌습니다. ‘원묘요세’는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중국 천태종의 사명지례가 쓴 ‘관무량수경’에 대한 주석서 ‘관무량수경묘종초’를 의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보조지눌의 정혜결사와 다른 특성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합니다.

고려시대의 천태종이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국가권력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종파통합이 이루어지면서 종파로서의 존재는 부정당하게 됩니다. 근래에 들어와서는 다시 구인사의 천태종이 한국불교의 한 축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천태종은 수행법으로서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직접적으로 정토염불을 내세우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천태종 역사에서 정토종이 행했던 역할이나 위상이 있기 때문에 정토신앙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법화경’에서 말하는 관세음보살과 ‘무량수경’에서 말하는 관세음보살이 다른 맥락이라고 볼 수 있지만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는 것 역시 타력문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스완슨 교수의 질문에 대해서 저는 대체로 이러한 취지의 대답을 하였습니다. 제가 주위의 지인들이나 학생들에게 독서회 등을 통하여 정토신앙을 강조하다 보면, “그러면 이제 우리는 정토종으로 개종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그것은 아닙니다.

현재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종단 중에 이미 ‘정토종’이라는 종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법적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신앙세계 안에서, 즉 불교계 안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신앙적 존재’로서는 존재하지만 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존재 여부가 어떠하든 저 자신 ‘정토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 불교의 최대 종단이자 주류라고 볼 수 있는 ‘대한불교조계종’은 조선시대 이래로 여러 종단들이 통합된 형식 속에서 종합불교 내지 회통불교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정토신앙을 하는 스님들 역시 존재하고 있는데 그 종단 자체가 종파주의적 종단이 아니라 회통주의적 종단이라면 그렇게 존재해도 문제될 게 없을 것입니다.

정토종이라는 종단을 만들기 위해서 정토신앙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토신앙 자체가 좀 더 뿌리를 내리고 넓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불교에서 정토신앙은 형태적으로 보면 일본과는 달리 ‘종파로서의 독립’ 보다 ‘종파 안에서의 공존’을 도모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다른 종파에서도 정토신앙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공존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전통을 갖고 있는 천태종의 경우 더욱 그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합니다. 천태학자 스완슨 교수와 대화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한국불교의 아들인 저의 입장입니다.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lokavid48@daum.net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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