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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김호성의 ‘사리탑’ (동국대 중앙도서관 찬가)

기자명 김형중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한 불탑
불자에겐 소중한 신앙의 대상
무궁한 문자사리 생산 도서관
광명의 사리가 빛을 밝히는 곳

죽지도 않았는데 사리가 나왔다.
치아사리에서 나온 생(生)사리다.
벌써 서른 개인가 마흔 개인가 모르겠다.
사리는 모시고 절 드려야 할 부처님이 아니던가.
어디가 좋을까? 사리탑을 세울만한 길지(吉地)
내 죽고 난 뒤에도, 변함없이 내 사리를 빛나게 하고 참배자를 기다려줄 사리탑
잘 지켜줄 지킴이들은 또 어디에
아, 그래 바로 그곳이다.
나는 사리를 낳을 때마다 곱게 안고 그곳으로 간다.
한 번도 남 시키는 일 없이 내가 간다.
품어 안고 간다.
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내 죽고 난 뒤에까지 내 생명을 늘려주고 내 생명을 지켜줄 사리탑
사리들을 낳아줄 자궁이…

사리(舍利)란 석가모니 부처님 유해를 화장하고 난 후에 나온 유골(遺骨)이다. 이 유골이 부처님을 그리워하고 신봉하는 불자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어 사리신앙이 되었다. 불탑(佛塔)은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는 무덤이다. 불자에게는 가장 소중한 신앙의 대상인 사리는 불보(佛寶)이기 때문에 통도사가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불보사찰인 것이다.

또한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을 진짜 사리인 법신사리(法身舍利)라고 하여, 불탑을 세울 때 사리를 대신해서 경전을 봉안하였다. 경전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말씀을 기록한 법보(法寶)이고,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문자반야(文字般若)로써 부처를 만드는 불모(佛母)라고 할 수 있다. 팔만대장경과 수많은 불서를 보관하는 동국대 중앙도서관은 부처와 보살을 만드는 공장과 같은 성전(聖殿)이요 대장각이다.

김호성(1958~현재) 시인은 “사리탑을 세울만한 길지(吉地)가 바로 도서관”이라고 하였다. 사리를 봉안한 탑이 동국대 중앙도서관이다. 수많은 역대 선지식의 저서가 고스란히 모셔진 도서관은 계속해서 무궁하게 문자사리를 생산해 내는 사리공장이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광명의 사리가 빛을 밝히는 곳이다.

김 교수의 사리는 40개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가 출간한 저서의 수다. 수많은 밤을 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하여 마침내 이겨야 나오는 사리다. 분명 책은 저자의 분신이고, 자식새끼이고, 생사리이다.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출산의 고통이 있듯이 저자는 한 번은 죽었다가 살아나야 비로소 내 이름 석 자를 달고 책이 세상에 나온다.

불교학자의 불교저서를 부처님의 법신(法身)에 비유하고, 불보와 법보를 동일하게 해석한 생각은 기발하고 교법의 해석으로 볼 때 크게 논리적 하자가 없다. 자신의 저술을 부처님의 색신(色身; 유골)의 결정체인 사리에 비유한 용기는 가상하다.

김 교수가 한 생각 깨달은 소식이 있어 자신의 신행과 불교 공부한 체험의 경계를 시집으로 발간했다. 한꺼번에 세 권이나 시집을 냈는데, 세 번째 시집 ‘꿈속에서 처음으로 염불 춤을 추었다’는 자신이 체험한 정토신앙에 대한 믿음과 일본 정토신앙의 고승들의 사상, 일화를 시로 노래한 것이다.

이 시집의 서문에 해당하는 ‘출사표’에서 “이제 겸손하지 않고 외치리라. 불법을 선양하고 홍포하리라”고 선언한 원력과 불심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감동을 했고 이 자리를 통해 힘찬 격려의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부디 김 교수가 신라의 향가처럼 좋은 불교시를 창작해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제방의 선사들이 좋은 선시를 쓰는 운동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31호 / 2018년 3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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