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0일 열릴 210차 임시중앙종회의 화두는 ‘멸빈자 사면’이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가 있었고, 본사주지 스님들을 직접 만나 사면을 당부하는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행보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앙종회가 이 사안을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기에 가부를 결정할 만한 깊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앙종회가 멸빈자를 사면하려면 종헌 부칙을 개정해야만 한다. 정확하게는 ‘멸빈의 징계를 받은 자에 대하여 종헌 128조 단서조항에도 불구하고 이 종헌 개정 후 1회에 한하여 사면·경감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칙조항 신설’이다. 종헌부칙이 개정된다면 멸빈자 사면은 급물살을 타겠지만, 그 반대로 종헌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멸빈자 사면은 어려울 것이다.
멸빈자 사면과 관련한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유·교시는 이번이 세 번째다. 사면 논의가 공식화됐던 2015년 6월 첫 유시가 있었고, 2017년 1월 종정 신년 하례법회에서 교시를 통해 멸빈자 사면을 당부했다. 최근의 교시는 210차 중앙종회 개회 8일 전인 3월12일 내려졌다. 통합종단이 출범한 이래 동일 사안을 두고 한 종정스님이 세 번에 걸쳐 유·교시를 내리는 것은 흔치 않는 일이다. 멸빈자 사면에 대한 종정스님의 간곡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2018년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종단 대화합·대탕평”을 선언한 총무원장 설정 스님 또한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2월에만 강원, 대구·경북, 충청·경기, 호남, 부산 등 전국 유수 지역의 교구본사주지 스님을 만나 사면의 필요성을 전했다. 3월에도 중앙종회 종책모임별 간담회를 연이어 가졌고, 교구본사주지 회의에서도 종헌개정안 통과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종회에서 이 사안을 매듭짓겠다는 의지 표명과 다름 아닐 것이다.
종정스님과 총무원장스님의 당부와 의지가 이어졌다고는 하지만 종헌개정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교구본사와 문중에 따라 멸빈자 사면을 받아들이는 정서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종회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아야 한다. 특정 인물에 대한 사면 여부에 따라 종헌개정 여부를 판단하기 보다는 승가화합과 한국불교 발전·위상 관점에서 종헌개정안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종회가 하루속히 매듭지어야 2003년부터 논의돼 온 멸빈자 사면 문제가 가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