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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와 의혹 사이

  • 법보시론
  • 입력 2018.03.19 13:33
  • 수정 2018.03.22 13:43
  • 댓글 4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사회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극연출가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도덕적 우월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종교계마저 폭로의 대상이 되었다.

기독교계에서는 빈민운동가로 알려진 한 목사가 미투 폭로로 성추행 정황이 드러나자 40여일 만에 이를 인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또한 신부가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미투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자 천주교 대전교구측이 해당 신부를 정직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역시 예상을 빗나가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불교계의 성 관련 문제가 폭로되는 양상이나 전개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유독 총무원장 선거와 같은 선거철만 되면 일시에 터져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 청정승가를 표방하는 조계종단에서의 성 관련 문제야말로 상대방을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또한 그 파장도 사뭇 다르다. 정치권에서의 의혹은 대부분 당사자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만, 종교계는 해당 종교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교계에서의 의혹제기는 신중해야 하며, 풀어가는 방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만일 선거기간 동안 제기한 의혹들을 사회적 방법인 소송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단순한 의혹만으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불교계를 보면, 지난 총무원장 선거 때 불거진 의혹들이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사실인 양 거론되거나 재생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불교계를 위해서 의혹이 있는 성 관련 문제 등을 거론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계율을 어긴 스님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징계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법적으로 결정되지도 않은, 또는 의혹뿐인 것을 마치 확정된 것인 양 사실인 양 지속적으로 호도하는 것은 불교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최근 선학원의 문제처럼 재단 이사장인 법진 스님이 사무실 여직원을 성추행해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으로 실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구족계 수계산림법회를 주최한다는 공고문을 버젓이 내는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단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종단의 성 문제와 관련한 지금의 작태를 보면, 드러난 사실에는 침묵하면서 이미 지나간 혹은 의혹뿐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회자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진보진영 인사들을 대상으로 미투가 집중되다 보니,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에선 진영논리를 펴면서 연일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모양새다. 사실, 성 문제와 관련된 것은 진보나 보수, 좌파나 우파가 따로 없다. 정치권이야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곳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불교계는 달라야 한다.

앞으로 불교계의 미투운동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불교계의 미투운동이 진영논리에 갇혀 일부 단체나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데 이용된다면, 그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종단 역시 미투운동에 대해 소극적으로 혹은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대응한다면 역풍을 만날 것이다. 이참에 종단도 그동안의 오명을 벗고 청정승가를 구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황정일 동국대 연구교수 651975@hanmail.net
 

[1432호 / 2018년 3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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