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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야부인 꿈의 건축적 상징

마야부인 꿈, 인도 사원의 예배 방식과 일치

▲ 마야부인의 태몽. 마야부인의 옆구리로 들어오는 도솔천의 코끼리, 라호르 박물관 소장.

석가모니의 탄생이나 깨달음을 예견하는 꿈은 경전 속에서 여러 번 재생산 되었다. 그의 일생은 수많은 경전 속에서 반복적으로 기록되었고, 그 속에서 그의 탄생과 깨달음은 꿈을 통해 성스럽게 묘사되었다. 그래서 그의 모든 일대기에서 마야(Māyā)부인의 꿈은 결코 빠지는 법이 없었다.

석가모니 탄생·깨달음 예견 꿈
수많은 경전에 반복해서 기록

모든 일대기에 묘사된 마야 꿈
잘 짜여진 상징이며 흥미 갖춰

마야부인 몸은 성스러운 붓다
탄생 위해 마련된 육체의 사원

꿈에 대한 불교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하나는 예언이나 징조를 보여주는 꿈 따위를 믿지 말 것이며 바라문들과 같이 그것에 대해 헛된 견해를 갖지 말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반대로 꿈의 예언적 기능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불교의 중요한 사건들, 즉 석가모니의 탄생이나 깨달음 등을 성스럽게 장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꿈에 대한 이러한 두 가지의 상반된 입장이 불경 속에서 모두 보인다. 인도불교 전통 속에서 두 관점은 모두 나타난다. 이러한 상반된 관점이 교차함에도 불구하고, 석가모니의 일생에서 마야부인의 꿈은 매우 중요하게 묘사되고 해석되는 과정이 포함된다.

경전들은 석가모니의 탄생을 암시하는 마야부인의 꿈을 비교적 정교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상좌부에서 전하는 그의 태몽 전후의 상황은 동아시아 전통과 아주 약간 차이가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여름날 카필라바스투에서는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느라 분주한 때였다. 축제의 일곱 번째 되는 날, 마야부인은 아침 일찍 일어나 향내가 나는 물에 몸을 씻고 수십 명 분의 보시를 한 다음 정갈한 음식을 먹었다. 정해진 축제의 일정들을 치르고 마야부인은 처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세계의 수호자인 천상의 사천왕들은 그녀가 잠든 침상을 들어 올려 히말라야 정상으로 옮겼다. 그곳에는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사라수 나무가 드리워져 있었는데 그 아래에 침상을 내려놓았다. 그다음 그 천신들의 부인들이 마야부인을 아노따타 연못으로 데려가 목욕시켜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었던 때를 씻어주었다. 그리고는 천상의 옷으로 갈아입혔다. 몸에는 향수를 뿌렸으며 목에는 천상의 꽃다발을 걸어주었다. 다시 마야부인을 황금의 집 안에 있는 침상에 눕혔다. 그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도록 했다. 그때 흰 코끼리였던 미래의 붓다는 그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는데 마야부인을 향해 북쪽으로부터 다가갔다. 코끼리는 흰 연꽃을 코로 감아쥐고 있었는데, 큰소리를 지르며 마야부인이 있는 황금빛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어 그녀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아 걷고는 오른쪽 측면을 부드럽게 찔렀다. 그리고는 그녀의 자궁 속으로 들어왔다.

이런 꿈을 꾸고 어떻게 사건이 진행되었는가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할 것이다. 왕비는 왕에게 자신의 꿈을 알리고, 왕은 64명의 뛰어난 바라문들을 소환하여 꿈에 대한 해석을 부탁한다. 바라문들은 말한다. ‘이 꿈은 태몽입니다. 반드시 남자아이가 태어날 꿈이지요. 만일 이 아이가 전륜성왕이 되지 못한다면 출가하여 붓다가 될 것입니다.’ 이 내용은 니다나-카타(Nidāna Kathā)에 등장한다.

그렇지만, 필자는 독자들에게 이 꿈의 묘사를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 꿈은 매우 잘 짜여진 상징이며, 어떤 다른 경전보다도 이 묘사는 흥미로운 것이다. 왜냐하면 이 대목은 마치 어떤 인도인이 사원에 가서(불교사원이건, 힌두사원이건 관계없이), 예배를 드리는 방식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꿈 이야기는 그 자체로 사원에서 이루어지는 완전한 종교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해석은 전적으로 필자만의 해석이다.

먼저 마야의 육체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신전과 같이 천상으로 들어 올려진다. 사천왕들은 그녀의 몸을 히말라야 정상, 신들이 사는 천계 위로 옮긴다. 이 묘사는 마야부인의 육체 또는 마야부인이 있는 곳을 성스러운 신들의 공간, 즉 사원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인도의 신전은 히말라야의 정상, 또는 도리천을 형상화한 것으로 말하는데, 신전을 ‘데바그리하’, 즉 ‘신들의 집’이라고 불렀다. 뿐만 아니라 인도사원의 상층부는 따라서 (히말라야) 산의 형상과 같이 만들며 이 부분을 말 그대로 ‘시카라(shikara)’, 즉 산봉우리라고 부른다. 곧 마야부인의 몸이 천신들에 의해 옮겨진다는 것은 그녀의 몸이 신전화 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침대가 놓여진 곳은 끝없이 높은 사라수 밑이었다. 이 또한 세계의 중심축으로서 악시스 문디(Axis Mundi)를 보여준다. 이것은 세계의 중심축이 언제나 신의 공간과 수직적으로 연결되며 성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천신들의 부인들이 마야부인의 몸을 씻겨서 세속의 때를 씻어낸다고 표현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사원은 세속의 공간과 완전히 구분되며, 현실세계에서 의례를 치를 때 목욕을 하는 것도 완전히 다른 신적인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한 정화의식(dīkṣa)을 의미한다. 여기서 마야부인의 몸은 그 자체로 신전의 역학을 보여준다.

그다음 꿈의 묘사는 더 완전하게 마야부인의 몸을 신전으로 탈바꿈시킨다. 천신들은 다시 마야부인의 침상을 머리가 동쪽으로 향하도록 놓는다. 그리고 흰 코끼리가 북쪽으로부터 들어온다. 인도의 고대 신전들은 거의 다 동쪽을 향해 있다. 사원의 정면은 동쪽이며 북쪽과 남쪽으로 측면의 출입구가 놓인다. 마야부인의 머리를 동쪽을 향해 놓았다는 말은 마치 신들이 건축을 하듯 마야부인의 몸을 위치시켰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흰 코끼리는 북쪽으로 들어온다. 즉, 마야부인의 신체 사원 오른쪽 옆구리가 된다. 마치 어떤 신자가 신전에 꽃을 들고 와 공양을 하기 위한 것처럼 흰 코끼리는 흰 연꽃을 들고 왔다. 그리고 그녀, 마야부인의 몸, 즉 사원의 중심을 세 바퀴 돈다. 이는 정확히 프라닥시나(Pradakṣiṇa), 즉 성스러운 존재를 중심으로 세 번의 오른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사원들은 사원의 중심부인 가르바그리하(Garbhagṛha)의 둘레에 좁은 통로를 마련하고, 사람들은 이를 통해서 프라닥시나(오른돌이)를 할 수 있다. 곧 태어날 미래의 붓다는 어머니 몸속에 들어가기 위해 막 오른돌이를 마쳤다.

인간 육체의 대칭적 중심부에는 남근과 자궁이 있다. 인도 사원의 중심부에는 반드시 가르바그리하가 있다. 말 그대로 자궁, 또는 씨방이라는 뜻이다. 신적인 본질이 안치되는 공간이다. 이제 흰 코끼리는 곧장 그 사원의 중심부, 또는 마야부인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싯다르타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윤회의 시공간을 거쳐서 이제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 새로운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거기서 그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탈바꿈할 것이다. 그를 잉태하는 마야부인의 꿈은 바로 그 공간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마야부인의 몸은 성스러운 붓다의 탄생을 위해 마련된 육체의 사원이었다.

심재관 동국대 연구초빙 교수 phaidrus@empas.com
 

[1432호 / 2018년 3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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