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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지역단 서부총괄지역2팀 정옥남-상

기자명 정옥남

숙명 같던 불연이 108사찰 순례로 이어져 회향

 
그래, 아마도 전생부터였나 보다. 부처님과 인연은 숙연이었다.

교회에는 별 흥미 없던 유년
삶의 무게 나눌 곳 찾다 귀의
초심자들 돕고자 포교사 품수

불교가 익숙했다. 어릴 적 TV에서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보면 마냥 좋았다. 왜 그럴까 깊이 생각해 본 일은 없었다. 친구들이 교회를 가자고 할 때도 그랬다. 가 봐도 남의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재미라고 할까 흥미라고 할까, 모두 없었다.

어떻게 살아왔나.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부처님을 향해 있던 마음, 하지만 제자리걸음이었던 그 마음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다. 천륜으로 맺어진 자식을 키우는 일은 참 어려움이 많다. 특히 우리 아이는 어릴 때 사고로 인해 오랜 시간 투병생활을 했다. 지금은 잘 자라 결혼도 하고 아빠도 됐다. 모든 일이 부처님 가피 같다.

‘포교사의 하루’ 원고를 쓰게 되면서야 비로소 과거를 돌이켜봤다. 몇 년 동안 포교사로서 무엇을 했는지 뒤돌아보는 계기였다. 아직은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포교사로서 넉넉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여건이 늘 아쉽다.

처음 불교를 접할 때는 모든 일이 어리둥절했다. 법회의 한 자리에 앉아 스님의 법문을 듣고 하는 시간들이 생소했다. 어색해서 절에 한 번 찾아가는 일이 많이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삶의 무게를 나눠줄 의지처가 필요했다. 그곳은 절밖에 없었다. 절에 가서 기도를 하고 절을 했다. 반면 절 예절이나 행동들이 조심스러워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래서 ‘불교도 공부가 필요하구나’ 여겼다.

불교대학에 등록했다. 2년 이란 시간동안 정말 재미있었다. 열심히 공부했다. 포교사와 청소년지도사가 됐다. 동기가 그렇듯 초심자들의 어려움을 돕고 싶었다. 내가 먼저 부처님 법을 배우고 익혀 불교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불자로서 지켜야 할 예절과 법당 예절을 알려주고자 했다. 누구든 편안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을 만날 수 있게 작은 손이라도 내밀고 싶었던 것이다.

초발심은 그랬다. 포교사 품수를 받았지만 처음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실망도 많이 했다.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적극적인 활동이 부족했다. 아직 정착되지 않은 포교사단 정책도 기대에 못 미처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어차피 재적사찰이 있으니 그곳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봉사하고 활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재적사찰인 서산 부석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부석사는 108성지순례단이 활동하고 있었다. 단장 소임을 맡아 인솔자로서 매달 봉사를 했다. 긴 시간이었다. 108성지 순례는 9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매달 순례의 길을 열어가야 하는 대여정이었다. 하지만 동참해준 불자들 신심이 장했다. 성지 108곳 순례를 무사히 회향했다. 지난해 10월 회향법회를 봉행하면서 참 뿌듯했다.

그날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보람도 컸다. 108성지순례단이 전국에 있는 천년고찰들을 순례하는 일은 신심이 없다면 어려웠다. 물론 부처님 도량을 직접 찾아가 참배하는 동안 각자의 신심은 더 돈독해졌으리라 믿는다. 국내 도량만 고집하지 않았다. 대만, 라오스, 인도, 네팔까지 부처님 발자취가 남겨진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그곳에서 부처님 법향을 느끼고 참회의 시간과 감사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이 모든 일들이 부처님의 가피고 스님들과 동참한 불자들의 기도 공덕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대반열반경’에서 부처님의 입멸 후 친견하지 못하고 공경하지 못함을 걱정하는 아난다에게 부처님은 4대 성지를 언급하며 성지순례를 제시하기도 했단다.

“아난다여, 누구든 이러한 성지순례를 떠나는 청정한 믿음을 가진 자들은 모두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좋은 곳, 천상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대반열반경’)

정옥남 대전충남지역단 서부총괄지역2팀 miso8710@hanmail.net
 

[1432호 / 2018년 3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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