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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나부상, 목수 배신한 여인 맞나

▲ '나부상'이라고 불리는 전등사 대웅전 귀공포 조각상. 법보신문 자료사진.
강화 전등사 대웅전(보물 제178호)에는 벌거벗은 여인이 쪼그리고 앉아 처마를 힘겹게 떠받히는 조각상이 있다. 이것이 원숭이나 나찰이라는 보는 견해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도편수와 사랑에 빠진 주모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면 정말 이 조각상은 도편수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버린 여인에게 복수 하려고 만든 것일까.

신은미 관장 ‘인천학연구’서
전등사 대웅전 ‘나부상’ 분석
‘영조법식’ 근거로 유래 파악
인도서 유래한 야차상 형태
 
신은미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은 최근 인천학연구 28집에 수록된 ‘전등사 대웅전 귀공포 조각상 연구’를 통해 이 문제를 새롭게 접근했다. 결론적으로 신 관장에 따르면 전등사 대웅전 조각상은 나부상(裸婦像)이 아니라 추녀를 지지하기 위한 용도로 인도 야차(夜叉)에서 유래한 불법수호신이라는 것이다.
 
신 관장은 이번 연구에서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와는 별개로 부처님을 모시는 불전의 지붕을 받드는 존재로 표현된 조각상의 유래와 배경 등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중국 송대 건축서인 ‘영조법식(營造法式)’을 자세히 검토하고 귀공포에 이러한 인물조상을 배치하게 된 유래를 검토했다. 그 결과 전등사 대웅전 조각상은 귀공포의 쇠서배열과 장식 형태가 ‘영조법식’에 언급된 귀공포의 하앙 결구 방식, 즉 하앙 위에 별도의 유앙(由昂)을 놓고 이 유앙 위에 다시 각신(角神)이라는 추녀 지지용 부재를 놓은 건축기법의 한 사례에 해당한다는 것.
 
신 관장은 이 조각상이 고대 인도에서부터 내려온 ‘야차상’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고 보았다. 전등사 대웅전 조각상은 쪼그리고 앉아 한 손 혹은 두 손을 들어 올려 머리 위의 들보를 받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신관장에 의하면 이는 고대 인도 전통신앙인 야차신앙의 한 형태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일본에 남아있는 8세기 사찰에 야차 형상을 구현한 조각이 놓여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는 동아시아 불전건축의장으로 일찍부터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등사 대웅전 조각상도 기능상으로 볼 때 건축물의 의장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며 이는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적 성격의 야차상이 어느 시기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불전 건축물의 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관장은 또 전등사 대웅전 조각상과 비슷한 구체적인 사례들도 소개했다. 우리 건축사에서 그리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양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비교적 오래된 한국 다포계 건축물 중에는 전등사 외에도 보은 법주사 팔상전, 황해도 연탄 심원사 보광전, 평안남도 박천 심원사 보광전의 귀공포에도 유사한 형태의 조각상들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신 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불교 건축물 귀공포에 놓인 야차상에 대한 연구가 보다 깊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33호 / 2018년 3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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