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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봉은사 다래헌과 법정 스님

기자명 이병두

세속화 승가에 거침없이 일침 가하다

▲ 다래헌에 머물던 법정 스님을 뵙기 위해 찾아 온 어느 일가족의 소박한 모습.

법정 스님이 길상사에서 입적하신지 8년이 지났다. ‘무소유’를 비롯해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 ‘말과 침묵’ ‘산방한담’ ‘텅빈 충만’ ‘물소리 바람소리’ ‘버리고 떠나기’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산에는 꽃이 피네’ ‘오두막 편지’ ‘아름다운 마무리’ ‘홀로 사는 즐거움’ 등에 담겨있는 짧은 글들은 스님의 깊은 사유에서 우러나온 정제된 언어를 담고 있어 불자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깨우쳐 주었다.

1960~1975년까지 머물면서
청정성 잃어가는 승가 향해
“그러려고 출가했느냐” 비판
봉은사 땅 판매위기도 맹공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대학 재학 중이던 1954년 출가를 결심한 스님은 효봉 스님을 은사로 입산하여 2010년 3월 입적할 때까지 올곧은 수행자의 길을 걸었다.

스님이 출가한 뒤 20여년 동안은 전쟁의 참화를 겪고 난 후라 나라 전체가 어려웠지만 상처 난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해주어야 할 불교계는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찼다. 내부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휘둘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스님은 이런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수행자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스님의 수행 여정에서 서울 ‘봉은사 다래헌’에 주석하던 시절은 일반인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1960년대 중반부터 1975년까지 다래헌에 머물던 때 스님이 했던 역할은 ‘중요하다’는 한 마디 말로 담아내기엔 어려울 정도로 크다. 운허 스님을 도와 동국역경원의 경전 번역에 매진하고 봉은사에 둥지를 틀었던 대불련 구도부 학생들의 스승이 되어 바른 길을 가도록 지도하였으며 각 대학 불교학생회가 주최하는 강연회의 초청 법사가 되어 젊은이들에게 참된 불교 사상을 전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한편 1964년 ‘대한불교’(현 불교신문)에 3회에 걸쳐 기고한 ‘부처님 전상서’는 누구도 건드리기 어려운 문제를 지적하였다. 당시 한국불교의 근본 문제에서부터 승려 교육의 전(前) 근대성과 승가의 폐쇄성, 사이비 승려와 급조 승려를 거론하고 감투를 탐내는 무리들을 질타하며 “불전함을 치워버리라”는 과감한 요구를 하였으며 불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불교적인 일들을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뜻에서 불사(不事)라고 질타하고 청정 승가의 모습을 잃고 급격하게 세속화 되어가고 있는 당시 승가에 대해 “그러려고 출가했느냐?”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 뒤 1970년 봉은사 땅 수만 평이 팔리는 위험한 상황을 맞아 다시 ‘침묵은 범죄다-봉은사가 팔린다’(1970) ‘봄 한테는 미안하지만’, 이 두편의 글을 실어 종단 지도부의 잘못을 맹공(猛攻)하였다. 스님의 용기도 대단하지만 당시 기관지에서 이 글을 게재했다는 사실도 높이 평가할 일이다.

이 사진은 정확한 촬영 시점을 알 수 없지만 옷차림으로 보아 여름 어느 날 젊은 부부가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노모를 모시고 스님을 찾아온 일가족과 다래헌 마루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이다. 스님이 다래헌을 떠난지 50년이 가까워지면서 봉은사가 크게 변하였고 다래헌은 그 시절의 소박함이 사라졌지만 무엇보다도 어린 학생이 윗도리를 벗고 어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편안하게 해주던 스님의 배려가 사라져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사진은 ‘맑고 향기롭게’ 광주지부 다음카페 ‘시작할때 그 마음으로. 무소유 법정 스님’, cafe.daum.net/kimjijang/AdHM.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33호 / 2018년 3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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