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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셰랍상모-하

“부처님과 함께 하면 죽음의 순간도 두려워 할 게 없어”

▲ 티베트 겝착사원에서 수행하는 비구니들.

안니라마 셰랍상모는 여러 방면으로 뛰어난 여성이었다. 창양 기얌쵸 스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불교에 귀의한 그는 불교만을 위해 일생을 살았다. 그는 교육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엄격하고 철저했다. 제자들이 부처님 말씀과 불교 기본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며 새로운 교육 방법들을 만들어 갔다. 제자 비구니들과 교육장을 벗어나 사적으로 대화할 때는 마치 어머니 같았다. 따스한 모성애로 그들을 다독이고 감싸 안았다. 힘든 상황이 벌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행할 때면 놀랄만한 지혜와 아이디어로 융통성 있게 상황을 헤쳐나가기도 했다.

불교 쇠락에도 전혀 동요 않고
엄격한 스승·따뜻한 어머니로
평생 본보기 보이며 수행 앞장

티베트 사원에서 비구니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 셰랍 상모가 세상을 떠난 후 겝착 사원에 전염병이 돌아 4명의 비구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들 중 쿤장 짐파(Kunzang Jimpa)와 페마 팔모(Pema Palmo) 비구니는 20대였다. 제대로 된 치료만 받았더라도 젊은 비구니들의 안타까운 삶이 그렇게 마감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작은 방에서 26명이 거주하며 3년간 수행을 하는데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게 지내야 했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함께 지내다 보니 전염병이 쉽게 돌았다. 겝착사원이 문명이 닿기 힘든 오지에 위치하다 보니 병원에 쉽게 가거나 의사가 방문할 수 있는 상황도 되지 못했다. 겝착사원은 지금까지도 현대 의학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질병들을 치료하지 못한 채 안고 사는 상황이다.

젊은 시절, 셰랍상모는 티베트 불교의 어머니라고 여겨지는 파드마 삼바바(Padmasambhava)의 제자인 예쉐 쵸갈(Yeshe Tsogyal)이 되기를 꿈꿨다. 그는 49일 동안 빛 한줄기 비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밤과 낮으로 명상을 하는 종첸(Dzongchen) 수행을 했다. 훗날 그는 때때로 이 종첸 수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종첸 수행을 했던 기간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이었다. 나는 마음속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1959년 이후 안타깝게도 티베트에서는 불교가 쇠락하기 시작했다. 불교 가르침과 수행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어 티베트 불교사원 내 수행도 예전보다 엄격함이 덜해졌다. 이는 달라이라마의 인도 망명과 중국의 라싸 점령 후 일어난 현상이었다.

하지만 셰랍 상모는 이러한 정치적 동요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부처님 가르침에 더욱 심취하며 라싸와 티베트 전역에 불어 닥친 혼란 상황에서도 엄격한 교육과 수행을 이행해갔다.

그가 입적하기 며칠 전, 누군가 그에게 세상을 떠난 후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별히 갈 곳은 없답니다. 부처님께서 제가 가야 할 곳을 또 제가 해야 할 일을 벌써 정해 놓으셨겠죠. 전 이생에 하던 대로 그저 부처님 말씀만 따르려 합니다. 우리는 죽음에 다다르면 극락과 지옥에 대해 궁금해 하고 두려워하죠. 하지만 이는 다 우리 마음에 달린 거랍니다. 그저 부처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따르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부처님과 함께한다면 죽음의 순간도 결코 두려워할 게 하나도 없답니다.”

연민과 평화, 친절함을 강조하는 티베트 비구니들에게 셰랍상모는 엄격한 스승으로써, 또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선배로서 본보기가 되어왔다. 전 세계 불교 교육자들은 티베트의 겝착 사원을 불교 교육과 수련에 있어 가장 본보기가 되는 사원으로 꼽는다. 겝착 사원의 선구자로 티베트 불교 교육과 수행에 앞장섰던 셰랍 상모에 이어 제2의 또 제3의 셰랍상모가 나타날 것을 기원해본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33호 / 2018년 3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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