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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견유불(佛眼見惟佛)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막말

개를 천시하던 시대가 있었다. 안 좋은 말에는 개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청소년들은 좋은 일에 개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개이득’ ‘개좋아’ 등과 같은 경우다.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반려인들이 늘어난데 따른 시대변화가 배경일 것이다.

요즘 개를 둘러싼 논쟁으로 시끄럽다. 좋지 못했던 개의 이미지를 현재로 불러낸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대변인 장재원 의원이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수사 대해 “정권의 사냥개가 미친 듯이 물어뜯고 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홍준표 대표는 ‘정권의 똥개’라는 막말도 내놓았다. 이에 경찰들은 “우리는 미친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의 사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안견유시(豕眼見惟豕) 불안견유불(佛眼見惟佛)”라고 적힌 손팻말이다. “돼지 눈으로 보면 돼지로 보이고, 부처 눈으로 보면 부처로 보인다”는 뜻이다.

배경은 이렇다. 이성계가 무학 스님에게 말했다. “대사가 꼭 돼지로 보입니다.” 무학 대사가 대답했다. “전하는 부처로 보입니다.” 이성계가 다시 말했다. “대사는 내 말에 화가 나지 않습니까?” 무학 대사가 대답했다. “돼지 눈으로 보면 돼지로 보이고 부처 눈으로 보면 부처로 보입니다.”

짧은 말로 핵심을 찌를 때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 한다. 재미있는 예시로 비판적 웃음을 유발시키는 것을 풍자(諷刺)라 한다. 무학 대사의 말에는 촌철살인과 풍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명언으로 회자되는 이유다. 장 의원의 말은 모욕과 막말에 불과했다. 거기에 비해 무학 대사의 선문답을 빌린 경찰의 대응은 놀랍도록 지혜롭다. 비판과 비난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최대한 모욕 주는 것을 비판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부처님은 “악한 말은 스스로를 찍는 도끼와 같다”고 했다. 지금 장 의원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34호 / 2018년 4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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