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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좌우가 없다

우리 한반도는 대륙의 입장에서 보면 해양세력을 향한 칼이요, 해양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대륙을 향하는 다리라 하였다. 그렇게 볼 때 한반도의 위상은 그 크기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을 어떤 쪽에서 장악하느냐에 따라 그 세력의 힘이 달라진다. 그것은 곧 어떤 세력도 한반도를 다른 한쪽이 온전히 지배하는 것을 바리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그들 입장에서는 한반도가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 상황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힘의 균형이 완전히 어느 쪽에 쏠려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온전히 차지하겠다고 다투다가 서로 피를 흘리기보다는 나눠놓고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다. 결국 우리가 이렇게 남북한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바라는 상황이요, 또 계속 유지하고 싶은 상태인 것이다.

6자 회담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다는 많은 장치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의 분단 상황을 유지시키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들일 뿐이다. 그들이 통일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리가 없다. 오히려 통일이란 그들이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는 것이 좀 극단적인 시각일 수는 있겠으나, 그만큼 현실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 의존해서는 절대로 통일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냉철하게 보아야 된다는 말이다. 통일은 결국 우리 남북한의 힘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저들이 바라는 적절한 힘의 균형, 그것을 위한 분단 상황의 고착을 확실하게 물리칠 수 있는 절대적 명분을 확립하고, 양측의 적극적인 의지에 의해 통일을 이루어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한반도를 질곡에 빠뜨리고 있는 거대한 괴로움의 굴레를 벗어내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그러한 확고한 방향성에 반하는 역사가 오랜 동안 지속되어 왔다. 남북한 모두 정통성과 정당성을 잃은 정권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분단 상황이라는 것을 방패막이로 내세워서 그들의 정권을 안정시키는 반통일적 행태를 보여 왔다고 할 수 있다. 주변의 견제를 물리치고 통일에로의 길을 여는 주체가 되기보다는, 그들의 힘에 적절이 달라붙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선에서 권력의 보존만을 목적으로 하였다는 말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역사의 방향을 오히려 후퇴시키는 퇴행의 기간이었다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

요즘에 와서는 그러한 퇴행의 분위기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거두어졌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북한의 위협을 방패막이로 하여 정권을 유지하려는 행태는 없어졌다. 북한이 휴전선에서 총 몇 방을 쏘니 지지도가 몇 십% 뛰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정치 잘하려 노력할 필요 없어! 북한이 적절한 도발만 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하고 탄식하던 분위기는 벗은 것 같지 않은가? 북한의 도발이 약해진 것도 아닌데, 그래도 꾸준히 평화통일의 의지를 가지고 나가고 있는 모습은 올바른 평가를 받아도 좋지 않은가?

올바른 방향을 지향하는 노력에는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좌우의 논리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화, 평화통일은 좌우를 넘어서서 우리 모두가 합의한 올바른 역사의 방향이라는 것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러한 방향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그 위험성을 지적한다면 충분히 귀 기울여 안보 위기가 초래되거나 국가이념이 혼란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섣불리 그런 주장에 따르는 것이, 오랜 세월 동안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가로막고 역사를 역행하던 집단의 논리에 반성 없이 부화뇌동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아야 한다.

요즘 남북한과 그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은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들이 평화통일을 위한 역량을 결집시켜서 올바른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급변하는 상황이야말로 참으로 진정한 기회가 된다는 믿음으로 온 민족이 힘을 모아야 한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 그것이 바로 첫 걸음이다. 통일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민족의 힘으로 이룰 수밖에 없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434호 / 2018년 4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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