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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최명숙의 ‘비질하는 스님 모습이 곱다’

기자명 신현득

스님의 비질은 청정하라는 법문

스님이, 아침 일찍 도량을 비질하는 뜻이 무엇일까? 절간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부처님 법을 깊이 아는 이는 아니다. 절간은 어지럽혀지는 데가 아니다. 찾아오는 신도님이나 관광객이 조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스님은 비질을 한다.

깨끗이 비질된 도량 보며
마음에 쌓인 번뇌 쓸어내
비질 자국서 시작하는 햇볕
‘항상 부지런하라’는 경책

도량을 지키는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나뭇잎을 치우기 위해서만 비질을 하는 것은 아니다. 스님의 비질은 우리 모두에게 청정을 가르치는 법문인 것이다.

비질하는 스님 모습이 곱다

이른 아침 산사의 뜨락을
비질하는 스님의 모습이 곱다.

법당 문을 열다 돌아보니
온 뜨락에는 선명한 비질 자국.

밤을 건너 온 아침 햇살이
비질 자국 위에 하루 여정을 풀고

산새도 뜨락에 내려와
스님과 나란히 비질하다가
노래를 한 움큼 뿌리고 날아간다.

청정해진 뜨락에서
눈부신 햇살과 새의 노래 한 움큼이
평화로울 때
게으른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지나간 시간의 자리에
비 맞고 떨어진 꽃처럼
쓸어야 할 것들이 쌓여가는
내 마음의 뒷길은
언제쯤 다 쓸어내릴 수 있을까.

- 한국불교 아동문학회지 41호

꼬마가 산사에 왔다가. 이른 아침 도량을 비질하는 스님을 본다. 비질하는 뜻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어제는 법상에서 법문을 하시더니, 오늘은 저런 모습으로 법문을 하시네.’ 꼬마는 스님의 그 모습이 법문이라는 걸 깨닫는다. 온 세상에 ‘깨끗이 하라’는 가르침을 펴고 있는 것이다. 악업과 번뇌를 여의고, 청정한 마음을 지니라는 법문이다. 꼬마가 본 것은 스님의 비질 자국 위에서 하루의 할일을 시작하는 햇빛이다. 햇빛이 하루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나뭇잎, 풀잎을 쓰다듬어야 하고 꽃을 만져주어야 하고 세상을 고루 비추어서 밝혀야 한다. 햇빛은 그 많은 일을 스님이 비질한 그 자리에서 시작한다. 스님을 대신해 ‘부지런하라’ 법문한다.

다음으로 산새들이 법당 뜨락에 내려와 비질하는 스님을 거들고 있는 걸 보았다. 몸이 작고 예쁜 산새들은 노래로 스님 일을 거드는 수밖에 없다. 그것을 재미나게 노래 한 움큼이라 했다. 꼬마는 산새의 지저귐에서 깨닫는다.

자신의 마음자리에 비질해야 할 것이 쌓여 있음을 본다. 게으른 일이 있었다. 동생을 몹시 한 것 같다. 부모님을 성가시게 한 것 같다. 동무들과 다툰 것 같다. 이 모두가 마음속에 비질을 해야 할 것들이다. 시의 구절에 있는 ‘비 맞고 떨어진 꽃처럼 쓸어 내어야 할 것들’ 그것이다.

스님이 비를 들고 도량을 쓰는 것은 세상을 향해, 온 법계를 향해, 모든 어린이를 향해 “비를 들고 쓸어라. 내 마음, 내 생활, 내 둘레, 내 마을, 내 사회, 내 고장, 내 나라까지···.”의 뜻이 담겨 있다. 빗자루 하나로 온 법계에 법문을 전하는 스님 모습이 곱고, 거룩하다.

법련화(法蓮華) 최명숙 시인은 포교사로서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대상을 수상한 불자이며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장애인 불자 모임 ‘보리수 아래’ 대표로 ‘부처님오신날기념 연꽃들의 노래잔치’를 10회째 마련했다. 구상 솟대문학상, 대한민국 장애인 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따뜻한 손을 잡았네’ ‘산수유 노란 숲길을 가다’ 등이 있다. 최근 아시아 장애인 공동시집 ‘빵 한 개와 칼 한 자루’(미얀마-한국편)를 출간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34호 / 2018년 4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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