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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진실 규명돼 고통 치유하고 열반하소서"

  • 사회
  • 입력 2018.04.03 14:42
  • 수정 2018.04.04 09:37
  • 댓글 1
▲ 광화문 분향소에 설치된 ‘설문대할망’상. 제주도 전통설화의 주인공인 설문대할망을 신거운 작가가 조소로 구현해냈다. 분향소는 국가에 등록된 약 1만5천명의 희생자 이름이 적힌 흰 천으로 둘러져 있으며 분향소 내 재단 양 옆으로는 고인의 영정을 품에 안은 4·3 희생자 유족의 사진이 전시됐다.

조계종, 제주4·3 희생자 위령재
4월3일, 서울 광화문 분향소에서
미군정·정부토벌대 3만여명 학살
사부대중 100여명 참석해 추모
설정 스님 “특별법 개정에 노력”

“제주4·3항쟁 70주년을 맞이하여 4·3항쟁 기간동안 죽음을 맞이한 3만여명의 제주도민과 스님 열여섯 분께 손모아 추모의 마음을 올립니다. 오늘 영산재는 돌아가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 발원뿐 아니라, 제주 4·3의 모진 아픔으로 숨죽여 살아왔던 제주도민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치유되어 평온함이 오기를 염원하는 지극한 마음의 발현입니다.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서는 안됩니다. 유족이 한명이라도 더 생존해 있을 때 진실이 밝혀지고 아픔이 더욱 말끔히 치유되기를 바랍니다.”

70년 전 미군정과 정부의 무력행위로 목숨을 잃은 제주도민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염원하는 추모의 법석이 엄수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총무부장 정우 스님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제주4·3항쟁 기간 동안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로하고 비극적인 사건의 진실이 규명될 수 있길 발원했다.

▲ 조계종과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제주4·3항쟁 70주년을 맞아 4월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 극락왕생발원 영산재’를 봉행했다.

조계종과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제주4·3항쟁 70주년을 맞아 4월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 극락왕생발원 영산재’를 봉행했다.

제주 4.3항쟁은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와 정부의 토벌대간 무력충돌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1954년 9월21일까지 계속된 무력충돌 과정에서 제주주민 3만여명이 희생됐으며, 이 중 80%가 정부 토벌대에 의해 학살됐다. 4.3항쟁 특별법에는 이를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규정하고 있다.

4·3항쟁은 불교계에도 깊은 상처를 준 사건이다. 4·3평화재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종교시설 및 종교인 피해의 90%가 불교에 집중됐다. 현재까지 밝혀진 제주불교 피해규모는 사찰 37곳이 폐허화됐고, 스님 16명이 사망 또는 행방불명됐다. 특히 산중에 위치한 사찰의 경우 무장대에 의해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완전히 소각하는 방식으로 폐사시켰다.

영산재는 추모사 낭독, 극락왕생 발원의식, 헌화 순으로 이뤄졌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총무부장 정우 스님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규명을 위하여 국회에서 진행중인 제주 특별법 개정이 원만할 수 있도록 함께 성심을 다하겠다”며 “제주4·3항쟁 기간 희생된 여러 스님과 피해 사찰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지는데 마음을 모으겠다. 억눌린 역사가 올바르게 쓰여지고, 모두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극락왕생 발원의식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뒤편에 세워진 분향소 무대에서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 이수자 동환 스님 등 스님 6명의 집전으로 1시간 가량 엄수됐다.

4·3항쟁 당시 외할아버지가 희생된 김동욱(50)씨는 종교계의 관심에 대한 고마움과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김씨는 “영산재를 보며 다른 어떤 행사보다 위로를 받았다. 아버님의 얼굴도 모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곳에 모시고 와 묵혔던 마음을 해소시켜 드리고 싶다”며 “말을 하면 도리어 탄압받을까 두려워 이야기 하지 못한 세월이 70년이다. 한맺힌 영령들이 좋은 곳에 가실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유해 발굴이 시급하다. 당시 기억이 남아있는 마지막 세대가 벌써 80세 노인이 되었다”며 “진실 규명할 수 있는 날이 몇 년 남지 않았다. 유족 이야기 채록과 유해 발굴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 극락왕생 발원의식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뒤편에 세워진 분향소 무대에서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 이수자 동환 스님 등 스님 6명의 집전으로 1시간 가량 엄수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부장 정우, 문화부장 종민, 사업부장 승원, 재무부장 유승, 포교부장 가섭, 호법부장 진우, 기획국장 지상, 사회국장 해공,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묘장,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총장 진효, 사회노동위원장 혜찬 스님 등 교역직 스님 30명과 박원순 서울시장, 박영선·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성보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제주 4·3 유족 및 한국전쟁 전후 피학살자 유족회 등 사부대중 100여명이 함께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 4·3 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4·3항쟁 피해사찰인 제주 관음사를 찾아 대중들을 위로했다.

한편 조계종은 지난 해 4월 발족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에 초창기부터 결합해 불교계 차원의 행사 참여를 준비해왔다. 1월10일에는 희생자유족회와 범국민위 관계자들이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예방해 조계종의 관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불교계 차원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조계종은 ‘제주 4·3항쟁과 불교 토론회’개최, 교구본사별 ‘4·3항쟁 바로알기 특강’ 실시, 추모 현수막 게재, 4·3항쟁 평화기행 진행 등 적극적 활동을 펼쳤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교역직 스님 30명과 김성보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제주 4·3 유족 및 한국전쟁 전후 피학살자 유족회 등 사부대중 100여명이 함께했다.

[1435호 / 2018년 4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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