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후취월(猿猴取月)
원후취월(猿猴取月)
  • 김형규 대표
  • 승인 2018.04.0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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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원숭이 되지 않는 법

어리석음의 대명사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있다. 원숭이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조삼모사(朝三暮四)일 것이다. 도토리를 아침에는 3개, 저녁에는 4개를 준다고 하자 화를 내던 원숭이들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준다고 말을 바꾸자 환호했다는 내용이다. ‘서유기’의 삼장법사도 원숭이인 손오공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그의 머리에 ‘금고아’를 씌워 제어했다.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에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말로 원후취월(猿猴取月)이 있다. “원숭이가 달을 취하다”라는 의미이다. 달이 연못에 비치자 달이 연못에 빠진 걸로 착각한 원숭이 우두머리가 달을 건져내기 위해 나무를 붙들고 500마리의 원숭이들에게 차례로 꼬리를 잡고 길게 뻗어 연못의 달을 건지게 했다가 나무가 부러지는 바람에 모두 함께 죽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 재판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잇따른 구속에 이어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은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법원이 선고공판의 과정을 생중계해 역사적인 순간을 국민이 함께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준 권력으로 국민을 탄압하고 국정을 농단한 전직 대통령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과보의 역사적 교훈이 될 것이다.

전직 두 대통령이 재임했던 지난 9년, 국민들은 서로의 꼬리를 붙잡고 함께 호수로 빠져 죽기 직전의 원숭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개인의 어리석음은 개인의 파멸로 끝나지만, 지도자의 어리석음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처벌이 단순히 그들의 잘못에 대한 단죄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런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의 책임이 더 크다. 더 이상 조삼모사의 원숭이처럼 뻔한 거짓에 속아 넘어가는 지혜 없는 국민이어서는 곤란하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2달 앞으로 다가왔다.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35호 / 2018년 4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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