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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기를…

기자명 희유 스님

어르신 마음 낸 보시 접하고
스스로 일상 점검하는 계기돼
생활 속 작은 것 실천도 발원

어느 날 김○○ 보살님이 꼭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당신은 부처님 덕분에 귀한 손주를 얻었다고 그 고마움을 나눔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싶다고 하면서 백미 600kg를 보시하겠다 했다. 보살님의 따님과 귀한 손자, 손녀를 데리고 삼대가 함께 센터를 방문했다.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쁘게 잘 자라서 부처님의 제자로서 이 나라의 동량이 되길 축원했다.

센터에는 가끔 이런 예기치 못한 훈훈한 일들이 있다. 어느 해인가는 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이 나를 찾아왔다. 속으로 나는 이 어르신이 무슨 민원을 이야기 하려나 하는 생각을 하고 만났다. 어르신은 “내가 센터 초창기 멤버이고 이름은 임○○ 이고 벌써 팔순을 넘겼습니다”고 말했다. 당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갈 날이 머지않아 하나씩 하나씩 정리를 하다 보니 센터에 다니는 것이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날마다 따뜻한 밥을 먹고 재미나게 잘 이용하고 있는 것에 보답하려고 센터 어르신들과 함께 나눔 공양을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봉투를 내밀었는데 수표가 들어 있어 ‘몇십만원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네 어르신 야쿠르트라도 사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하고 후원팀에 그 봉투를 넘겼다. 그리고 잠시 후 후원팀이 찾아와 “관장님, 아까 주신 봉투에 금액이 말씀하신 것 보다 훨씬 많다”고 보고했다. 되물어보니 어르신의 보시금은 ‘○백만원’ 이었다. 곧이어 나눔 공양을 실천하는 어르신에 대한 감사함과 인생의 마무리를 멋지게 하는 어르신의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센터 곳곳에는 많은 부처님들이 계시고 보살님들이 나투어 계신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면서 나의 일상을 점검하고 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사람이 되길 발원했다.

‘숫타니파타’에는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기꺼이 도와주라. 형편에 따라 성심껏 남을 도와주라. 만약 이렇게 공양을 올리는 사람은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게 되리라”는 글이 있다.

우리는 살면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만나면 편견 없이 온전히 그 사람을 위해 성심껏 도움을 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섣부른 판단으로 자기식대로 도움을 주려고 할 것이다. 또한 도움을 청하는 손길을 못 본 척 외면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는지, 아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열을 못 채워서 안달복달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금강경’에는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 ‘만약에 모양으로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서 나를 구하면 삿된 도를 행하는 사람이니 능히 여래를 볼수 없으리라’는 사구게송이 있다.

▲ 희유 스님
모든 사물을 볼 때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우리는 종종 외양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한다. 나 또한 어르신을 대할 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상을 없애고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도 나는 센터 곳곳에 계시는 많은 부처님과 보살님과 함께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늘 깨어 있는 삶이기를 희망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435호 / 2018년 4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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