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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유명무실…장애인에 사찰은 ‘은산철벽’

  • 교계
  • 입력 2018.04.09 15:35
  • 수정 2018.04.09 15:36
  • 댓글 3

▲ 조계사가 4월15일 열리는 ‘장애인불자 대법회’를 앞두고 참석자들을 위해 경내에 ‘안내 촉지도’를 설치했다. 4월5일 시연에 참가한 시각장애인들은 “이제야 불교계가 시각장애인들을 도반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며 기뻐했다.

4월5일 시각장애인을 위한 노란색 유도블록을 흰 지팡이로 더듬으며 혜광맹인불자회 회원들이 서울 조계사를 찾았다. 일주문 앞에 선 이들은 점자안내도를 손으로 확인하며 전각의 이름과 배치 등을 확인했다. 점자안내도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자 조계사의 역사와 전각의 기능, 신행활동 등에 관한 내용이 음성으로 서비스됐다.

사찰 경사로 등 시설 안 갖추고
문화재·권고규정 이유로 소극적
‘자비 말하면서 실천없다’ 비판
조계사, 촉지도 설치 변화 시도
“사찰부터 장애인 차별 없애야”

조계사가 4월14일 열리는 ‘장애인불자 대법회’를 앞두고 참석자들을 위해 경내에 ‘안내 촉지도’를 설치했다. 이날 시연에 참가한 양만석 혜광맹인불자회장(74)은 “촉지도와 음성안내로 머릿속에 조계사의 모습이 훤히 그려진다”며 “이제야 불교계가 시각장애인들을 도반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동안 장애인시설에 무관심했던 불교계에 작은 변화의 단초가 마련된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제3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불자들의 신심을 고취하고자 4월14일 장애인불자 대법회를 봉행하고 이를 계기로 정기법회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선 경내 안내 촉지도를 설치했으며 장애인들이 일주문에서 법당까지 참배할 수 있도록 점자블록을 연결하고 간이 경사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4월20일 제38회 장애인의 날과 조계사 촉지도 설치를 계기로 불교계 장애인시설 현황을 살펴봤다. 앞서 정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1998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2008년)을 통해 장애인들의 공공시설 이용 및 접근에 대한 차별을 법률로 규제했다. 특히 공공성이 높은 종교시설과 공공건물에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불교계의 경우 관련 복지시설을 제외하면 사찰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2014년 5월 미래복지포럼에서 ‘서울·경기지역 12개 주요사찰 장애인편의시설 현황’을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관련 법규에서 반드시 갖추도록 규정한 경사로, 승강기, 장애인용 화장실,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 점자블록 등 설치 유무다. 널리 알려진 큰 사찰들이었지만 5개 편의시설을 모두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장애인에게 사찰은 거대한 은산철벽인 셈이다.

또 2016년과 2017년 조계종 장애인전법단이 사찰 내 장애인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했으나 사찰의 거부로 무산됐다. 당시 사찰 관계자들은 “사찰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현상변경을 신청해야 한다”며 “더욱이 넓이 500㎡ 이상 전각이 아니면 편의시설 설치는 강제사항 아니다”고 항변했다.

문화재와 산사라는 특수성 등으로 사찰 내 장애인시설은 여전히 관심 밖 대상이었다. 그러나 장애인시설 설치는 법률 위반 여부를 떠나 자비를 실천하는 종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이다. 조영석 강북장애인복지관장은 “장애인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사찰이라면 아이들을 태운 유모차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계단마다 핸드레일을 설치하면 노약자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이는 장애의 유무를 넘어 모든 사람들이 사찰을 쉽게 올 수 있어 사찰 활성화는 물론 불교의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계 장애인복지 관계자들은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방안으로 △불교 관련 편의시설 설치 규제 해소 및 규제법령 개정 △사찰 내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종단 자문 기구 및 장애인 편의시설 모범사찰 운영 △사찰 내 종사인력 배치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 전개 △장애인 불자 신행활동 지원 및 포교를 꼽았다.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이사장 해성 스님은 “이제라도 서울을 비롯한 도심사찰과 주요 사찰들은 가능한 선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법회를 보고 시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35호 / 2018년 4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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