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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쓰레기 대란, 막을 수 있을까?

기자명 최원형

폐기물 대책보다 선행돼야 할 ‘소비성찰’

지난 주말 동네 뒷산에 다녀오며 쓰레기를 한 무더기 주워왔다. 둘레길 중간쯤에 있는 한 바위 위에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 그리고 뭔가를 담았던 포장들에다 먹다 남긴 음식물들이 버려져있었다. 마치 잠깐 자리를 뜬 모양새였는데 눈살을 찌푸리다가 같이 간 아이에게 우리가 가져가서 버리자고 했다. 아이는 선뜻 줍기를 망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더럽다는 생각을 당연히 할 만큼 먹다 남긴 음식물이 비위를 상하게 했다. 말을 꺼낸 책임을 져야 했으니 내가 솔선할 수밖에 없었다. 동물들이 먹어도 상관없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낙엽 아래 묻어두고 나머지는 주섬주섬 들고 내려왔다. 기분이 찜찜했으나 그런 모습을 그대로 두는 일은 계속 그런 모습을 볼 확률을 높일 거라 생각했기에 거두어왔다.

중국 폐기물 수입 규제하면서
비닐 분리배출 정책 오락가락
쓰레기 생산하는 삶의 시스템
자원 재활용으로 바꿀 수 있어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게 있다. 깨진 유리창 개념은 범죄 현상을 주로 다루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만든 개념이다. 멀쩡한 유리창을 깨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될 경우 너도 나도 돌을 던지기가 쉬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옳지 못한 행위라고 생각했던 것도 누군가 시작하게 되면 그 행동을 하는 일이 쉬워지는 게 인간 심리 아닌가. 볼썽사나운 그 풍경은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각자 달리 해석될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불쾌감을 갖게 만들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분노를 일으킬 것이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도 불가피한 경우 슬쩍 놓고 오는 용기를 줄 수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깨진 유리창을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뭔가를 먹고 난 뒤 이들이 이토록 많은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그 책임이 크다는 데 있다. 오늘날 우리 삶은 무엇을 입든 먹든 물건을 사용하든 쓰레기를 남기지 않을 도리가 없게 돼버렸다.

그동안 분리 배출하던 비닐봉지를 종량제봉투에 넣어서 배출하라는 안내문이 아파트 게시판에 붙었다가 일주일 쯤 뒤에 사라졌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비닐류는 재활용으로 분리배출이 가능해졌다. 지난 일주일 동안 쓰레기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중국이 폐기물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는다는 선언이후 그 여파로 벌어진 일이다.

중국이 폐기물 수입에 규제를 하면서 도미노처럼 세계 각국은 자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는 중국으로 수출하던 폐기물이 막힌 데다 중국으로 가지 못하는 선진국의 재활용품이 국내로 반입되면서 국내 재활용품 가격이 하락하게 된 게 이런 혼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가뜩이나 돈이 안 되는 비닐류부터 재활용 수거를 멈추겠다는 사태로 이어졌다. 정부가 나서서 서둘러 진화를 하며 시민들의 혼란은 일단락됐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쓰레기로 인한 혼란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삶을 영위하는 매 순간 우리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 속에 놓여있다는 게 근거고, 매립지는 한정되어 있다는 게 근거다. 게다가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 비닐봉지며 플라스틱은 재활용 자체를 매우 어렵게 만든다. 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는 일은 또 다른 환경문제를 발생시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책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 쓰레기 문제는 개개인의 자각과 행정당국의 지혜가 함께 모아져야 할 문제다. 여기에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은 기업은 생산한 제품이 다시 순환할 수 있는 재질로 제품을 만들고 다시 거둬들여 재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동시에 개개인의 자각이 필요한 이유는 종량제 봉투가 말해준다. 우리가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 가운데 종량제 봉투를 살펴보자. 그 안에 담긴 폐기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재활용 가능한 것들이다. 환경부가 얼마 전 발표한 '제5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를 보면 종량제 봉투 안에 담긴 폐기물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53.7%가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플라스틱·유리·금속 등이었다.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들은 곧 자원이다. 독일의 경우 폐기물을 자원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의 쓰레기 발생량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대단한 실익이 따른다.

지구에서 자원을 꺼내 사용하고 버리는 선형구조는 우리 문명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는 상태에 이르게 만들 것이다. 폐기물을 되살려 순환시키는 구조야말로 우리의 삶도 순환시킬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에 대한 성찰이다. 끊임없이 소비를 해야 하는 시스템에 끌려 다니는 나를 들여다보는 날을 하루쯤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도대체 왜 이토록 많은 소비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아보는 경험이 절실하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35호 / 2018년 4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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