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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지역단 동부 군포교2팀 허평욱 포교사-하

기자명 허평욱

사리불 이끈 앗사지처럼 장병에 불연 심을 수 있길

▲ 허평욱
“어머니, 아버지. 오늘이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두 분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가져왔어요. 어머니가 배워보라던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다 외웠습니다. 들려 드릴 테니 이승에 미련은 다 버리세요.”

‘반야심경’ 배우라던 어머님
고인된 부모 산소 앞서 암송
군포교 일선서 포교 자부심

무릎 꿇고 앉아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암송했다. 흘러내리는 눈물과 콧물이 바지를 적셨다. 하지만 홀가분했다. 해질녘 산을 내려왔다.

이때부터 ‘반야심경’ 뜻풀이에 매달렸다. 옥편을 펴놓고 한 자 한 자 뜻을 풀었다. 문장으로 연결이 안 됐다. 어느 스님의 해설서 등을 사서 읽어도 갈증만 면하는 정도였고 개운하지 않았다. 눈에 넣어 마음에 새기겠노라 다짐했다. 2011년 12월24일, 사경을 시작했다.

달력 뒷장에 사인펜으로 100원 동전 크기로 글자를 썼다. 눈이 변변치 않아 돋보기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썼다. 각원사불교대학 입학 뒤부터는 새벽 3~5시 기도가 좋다고 해서 새벽 2시30분에 일어나 사경했다. 발원문과 축원문을 작성하고 5시에 예불을 올렸다.

불교대학에서 교리를 배우고 나니 어느 절에 가든 재미있었다. 불자로서 자부심도 생겼다. 불자다운 불자가 됐다는 환희심이 가득했다. 늦지 않게 부처님 가르침을 배웠다면 번 돈도 의미 있게 회향하고 건강 역시 잃지 않았으리라.

매주 목요일 오전에는 불교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오후엔 독거어르신 급식봉사에 참여했다. 부처님 법을 배우는 일로 즐거운 나날이었다. 한 번은 송림사와 미륵사지 순례를 마치고 논산 신병훈련소 호국연무사를 찾았다. 군승의 강의가 인상적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군법당에서 부처님 법을 전해주는 봉사자가 되리라 마음을 굳혔다. 불교대학 선배이자 도반에게 포교사고시에 응시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70일 동안 모든 신경을 포교사고시에 쏟아부었다.

비로소 합격통지를 받았다. 연수 겸 봉사활동으로 3개월 동안 육군 제3탄약창 호국창수사 법회에 매주 참석해 법당 출입문 앞에 섰다. 합장하고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하고 법당에 입실하는 장병들이 맞이했다. 그때 익힌 인사 방법이 나만의 인사법이 됐다. 포교사 품수를 받은 뒤 포교사복을 입었다. 그 사진이 붙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매주 일요일 위병소를 지나 호국창수사에 들어선다. 내 인사법을 적극 활용하면서. “탈모하시고 발 모으시고 합장하시고 반배하세요.” 좌복에 앉기 전 삼배 올리는 장병을 볼 땐 보람을 느낀다.

현재 대전충남지역단 동부 군포교 2팀이다. 총무소임을 맡고 있다. 금요일마다 군종병에게 연락해서 일요일 법회 참석 인원을 파악하고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등 간식을 주문한다. 토요일이면 강사와 법문을 할 스님의 참석여부를 재차 확인한다. 포교사들에게도 문자를 보낸다. 태고종 도광사 도공 스님이 오면 장교식당을 빌려 짜장면이나 떡볶이를 조리한 뒤 장병들에게 제공한다. 기억에 남는 일은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3개 종교와 상관없이 합동 간식을 먹는 날을 만들기도 했다. 봄과 가을 떡볶이를 3500인분씩 만든 적도 있다. 크리스마스에 아기예수 탄신을 축하한다는 꽃바구니를 교회와 성당에 포교사 일동 명의로 보내는 등 부대 내 종교화합에도 신경 쓰고 있다.

비교할 수 없는 수승한 부처님 가르침을 만난 인연을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확신한다. 늘 사성제 팔정도를 되새긴다. 시력저하로 운전을 못하지만 최고 이동수단은 두 다리와 대중교통이다. 만나는 인연들에게 무재칠시 보시행을 하려고 한다. 환한 얼굴과 공손한 언행,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자 노력한다.

비구 앗사지를 닮고 싶다. 브라만 가문 출신 사리불의 마음을 정법으로 이끌었고, 결국 사리불은 지혜제일이 됐다. 그런 포교사가 되고 싶다.

[1435호 / 2018년 4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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