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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문턱 낮추어 장애·비장애 함께 어우러지다

  • 교계
  • 입력 2018.04.14 14:59
  • 수정 2018.04.14 16:13
  • 댓글 1
▲ 김진상 승가원 지적장애 아동은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부처님께 다가가 과일공양을 올렸다.

조계사, ‘장애인불자대법회’ 진행
4월14일, 경내 대웅전 및 앞마당
육법공양·수화합창·발원문 낭독 등
“장애 벗 삼아 깨달음 향해 갈 것”

조계사 대웅전 뒤에 설치된 경사로 따라 전동스쿠터 탄 뇌병변장애인들이 한 명 두 명 제 스스로 법당으로 올라온다. 눈이 보이지 않는 불자들은 노란 유도블록을 지팡이로 더듬으며 일주문 앞에 선다. 점자안내도를 만져보고 보조인과 함께 대웅전으로 걸어간다.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지적장애아동들도 선생님을 따라 법당으로 들어선다. 법당안에서는 수화통역사가 청각장애인들에게 손으로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4월14일 경내 대웅전에서 ‘장애인불자대법회’를 개최한 조계사 풍경이다.

법회는 축하공연, 육법공양, 삼귀의, 축사, 시상식, 법문, 발원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광림사 연화원 수화합창단이 행사의 문을 열었다. 입으로 손으로 노래하는 합창단 모습을 보는 장애인 불자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법회에 앞서 장애인 불자들은 육바라밀을 상징하는 향·등·과일·꽃·쌀·차를 부처님전에 올리며 해탈열반을 발원했다. 뇌병변장애인, 지적장애인,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각자가 가진 장애는 달랐지만 부처님께 공양올리는 마음은 하나였다. 들리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걷기가 불편해도 오늘만은 부처님전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갈 수 있었다.

▲ 이날 행사에는 장애인전법단장 도륜, 복지법인 광림사 연화원 이사장 혜성 스님과 조계사 소임자 스님, 중앙승가대학교 학인 스님과 조석영 강북장애인복지관장, 양만석 혜광맹인불자회장, 최명숙 장애인 불자모임 보리수아래 회장, 조계사 원심회·사회복지법인 승가원·사회복지법인 연화원·장애인 불자모임 보리수 아래·혜광맹인불자회 회원 등 사부대중 160여명이 함께 했다.

등 공양을 올린 노옥선(72) 강북장애인복지관 신행모임 바라밀회장은 “다리가 불편해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데 사찰내 주차공간이 없어 그동안 법당 밖에서 부처님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며 “가까이서 부처님께 인사도 드리고 불심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오늘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법을 위해 열성적으로 포교활동을 펼친 장애인 불자들의 공로를 치하하기도 했다.

주지 지현 스님은 김경환 청각장애인포교사, 강태봉 광림사 연화원 시각장애인불자회장, 최준 중증발달장애 작곡가, 이경남 불자장애인모임 보리수아래 사무국장에게 공로상을 시상했다. 2013년부터 한 달에 한번 불교 최대 장애인 복지시설 승가원을 찾아 원내 이용자들에게 점심공양을 지어준 중식당 요리사 모임 요원회도 공로상을 함께 수상했다.

▲ 조계사 대웅전 뒤에 설치된 경사로를 따라 뇌병변 장애인들이 스스로 법당안으로 들어갔다.

지현 스님은 “어느 저녁 대웅전 앞마당에서 휠체어에 앉아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합장한 채 닫힌 유리문 너머의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던 불자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며 “오늘 법회를 시작으로 장애 불자님들이 점점 더 편안하게 올 수 있는 공간, 법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장애인 불자들이 함께 발원문을 읽는 모습 또한 장엄했다. 불자들을 대표해 홍현승 보리수 아래 회원은 “혜안을 가진 아나율존자처럼, 한결같아 깨달은 주리반특처럼 장애를 수행의 벗으로 삼아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한 글자 한 글자 토해내듯 읽어간 발원문은 부정확한 발음임에도 그 간절함이 깊이 전달돼 동참한 불자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법회에 동참한 장애인 불자들의 손목에 단주를 채워주며 격려했다.

행사를 함께한 한정민(32) 조계사 청년회장은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진 법당을 보며 부처님 품안에서는 누구든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며 “사회생활을 하다 나도 모르게 했던 차별적 행동이 돌아봐지고 장애인 불자님들과 함께 법회를 듣는 것 만으로도 장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사는 올해 분기별로 장애인 법회를 열고 내년부터 한 달에 한번으로 정례화한다는 계획이다.

법회에 이어 조계사 앞마당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휠체어 체험, 흰 지팡이 체험, 수화공연, 장애인 생산품 판매 등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장애인전법단장 도륜, 복지법인 광림사 연화원 이사장 혜성 스님과 조계사 소임자 스님, 중앙승가대학교 학인 스님과 조석영 강북장애인복지관장, 양만석 혜광맹인불자회장, 최명숙 장애인 불자모임 보리수아래 회장, 조계사 원심회·사회복지법인 승가원·사회복지법인 연화원·장애인 불자모임 보리수 아래·혜광맹인불자회 회원 등 사부대중 160여명이 함께 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서울 조계사는 4월14일 경내 대웅전에서 ‘장애인불자대법회’를 개최했다.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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