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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탁생(一蓮托生)

눈부신 4월, 무람한 슬픔

4월에는 슬픈 일이 많다. 70년 전, 제주도를 무고한 양민들의 피로 물들였던 4.3사건. 60년 전,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섰다 어린 학생들까지 희생됐던 4.19혁명. 그리고 4년 전, 꽃다운 아이들이 낙화처럼 바닷속으로 져버렸던 4.16 세월호 참사. 이 모든 일들이 4월에 일어났다.

그래서 눈부신 4월의 봄날은 오히려 핏빛 울음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억울하게 죽어간 그들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이들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4.19혁명의 숭고한 희생이야 이미 정당한 평가를 받았다지만 4.3사건은 빨갱이라는 낙인 속에 영문도 모른 채 학살당한 양민들의 찬연한 슬픔이 지금도 여전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손 놓고 지켜봐야했던 4.16 세월호 참사의 무참했던 시간들은 응어리진 슬픔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전임 대통령을 교도소에 보내고서야 겨우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우리가 앞으로 견뎌야 할 또 다른 아픔이다.

“기다리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침몰하는 배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의 바람과 달리, 그 절박한 시간에 대통령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고 대낮에 침실서 잠을 자고 있었다. 대통령의 부재 속에 관련 부서들은 손을 놓은 채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듣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리는데, 아이들을 허망하게 보낸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 것인가. 간장이 끊어지는 아픔일 것이다.

그래서 4월이 오면 일련탁생(一蓮托生)의 상념에 사로잡힌다. 사랑하는 부부가 다음 생에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염려해 차마 눈을 감지 못하자,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그들을 극락의 못에 핀 연꽃 속에 함께 태어나게 했다는 일련탁생의 전설. 그 아름다운 전설이 사랑하는 가족을 억울하게 잃어버린 사람들의 몫이 되기를 바라본다. 가슴을 치는 억울함과 원한을 뒤로하고 내생에 다시 하나의 인연으로 이어지기를. 그래서 보고 싶은 그 얼굴을 마음껏 보고 만져볼 수 있기를. 무람하게 화창한 4월에 기원해 본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36호 / 2018년 4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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