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생겨난 모습이다. 이에 평소 “종교란 인간의 영혼과 마음을 일깨워 삶의 의미, 존재 가치를 알게 하고 하나 된 세계 속에서 서로 어울리고 공존한다는 것을 알게 하여 서로 돕고 배려하면서 사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해온 학교법인동국대 이사장 자광<사진> 스님이 불자들이 불교를 올바로 이해하고 신앙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문자로 엮었다.
자광 스님은 책 첫 장을 “마음, 마음, 마음이여/ 모양도 색깔도 부피도 무게도 없는 마음/ 한계가 없으니 우주를 싸고 남았고/ 가고 옴이 없으니 항상 존재하고/ 무게가 없으니 우주를 짊어졌고/ 성내고 기뻐함이 없으니 항상 평화롭고/ 색깔이 없으니 각양각색을 통합하였네./ 마음에서 허공이 나왔고/… 천당과 지옥이 나왔으니/ 과연 삼라만상을 창조하였도다./ 항상 나와 함께하는 전법계의 실상이여/ 만상이 들락거리는구나.”라는 법어로 열었다.
마조 스님은 ‘내 마음이 부처요, 바로 이 마음이 부처’라 했고, 임제 스님은 ‘밥을 먹을 때도 함께 있고, 똥을 쌀 때도 항상 내 곁에 있으며 작용하는 이 마음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는 부처’라고 했다. ‘마음’은 그렇게 실체가 없는 무일물임에도 묘하게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자고이래로 선지식들은 이를 설명하면서 불가사의한 세계라고 했다.
자광 스님은 마조·임제를 비롯한 옛 선지식들이 고구정녕 일러주었던 그 불립문자의 마음세계를 법어로 풀어내 책 첫머리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스님이 그 마음의 정체를 잘 알아서 부처처럼 잘 써 부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엮은 ‘깨침의 소리- 불교 쉽게 이해하기’는 29편의 짧은 법문으로 구성됐다.제1부 ‘삶과 죽음’에 실린 15편의 법문은 ‘업과 윤회’ ‘연기’ ‘오온·십이처·십팔계’에 대한 내용이고, 제2부 ‘수행’은 ‘사성제’ ‘팔정도’ ‘삼독과 계정혜 삼학’ ‘육바라밀’ 등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러나 딱딱한 교리학습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바탕으로 예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어느 순간 그 설명에 푹 빠져들게 한다.
“분별이 곧 중생심입니다. 혈연, 학연, 지연 등 구실만 있으면 나누고 끼리끼리 묶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중생심인데…불교의 인연법칙 속에서는 나눌 것이 없습니다.”
“진정한 보살행은 출가를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이웃의 아픔에 얼마나 자기희생적 태도로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보살행은 불자의 이타적 행동양식이지 겉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우주도 포함할 만큼 크지만 작기로는 겨자씨나 소립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마음을 깨끗하게 하여 크게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고, 마음의 때를 벗지 못하면 미망의 늪에서 헤매게 되는 것이지요.”
저자가 오랜 수행과 전법 활동에서 마음 세계를 체험한 경계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깨침의 소리’에 담긴 명쾌한 법문들이 독자로 하여금 불교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계기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