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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발원문과 저술

기자명 해주 스님

의상 스님의 백화도량발원문·일승발원문은 우리나라 발원문 효시

▲ 홍련암 원경.

낙산의 바닷가 굴 안에서 친견한 관세음보살의 상을 금당(현 홍련암)에 모신 의상 스님의 관음신앙은 관세음보살에게 귀의하는 ‘백화도량발원문’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의상 스님의 이 발원문은 우리나라 발원문의 효시로서 고려 체원 스님이 주석한 ‘백화도량발원문약해’ (1328)에 담겨 전해져왔다. 발원문의 전문을 번역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실되었다가 최근에 발견된 부분은 [ ] 속에 넣어 표시하였다.

의상 스님의 백화도량발원문
관음보살에 대한 귀명 담아

또 다른 발원문인 일승발원문
화엄수행 권장하는 내용 담겨

백화도량발원문 지은 까닭이
전란 지친 백성 위한 것이라면

일승발원문을 남긴 이유는
일승법계도 드러내려는 의도

스님의 저술로 알려진 투사례
발원문·예불문 형식 함께 갖춰

총 8부로 알려진 스님의 저술
그중 4부 이름 통해 내용 짐작

“머리 숙여 귀의하옵고,

저 본사 관음대성의 대원경지를 관하며, 또한 제자의 성정본각을 관하옵니다. [한가지로 체가 같아서 청정하며 밝고 깨끗하여 시방에 두루하나 확연히 공적하여, 중생과 부처의 모습도 없고 능소의 이름도 없습니다. 이미 그렇게 밝고 깨끗하여 비춤에 이그러짐이 없어, 만상삼라가 그 가운데 몰록 나타납니다.]

본사에게 있는 바 수월장엄 무진 상호와 제자가 가진 공화신상 유루형해는 의보와 정보의 정예(淨穢)와 고락(苦樂)이 같지 아니하나, [그러나 모두 하나의 대원경(大圓鏡)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제 ‘관음경’ 속의 제자 몸이 ‘제자경' 속의 관음대성에게 귀명정례하오며, 진실한 발원말씀 사뢰오니 가피를 입기 바라옵니다.

▲ 일승발원문(낙산사 의상기념관).

오직 원하옵건대,
제자는 생생세세토록 관세음보살을 칭송하여 본사로 삼고자, 보살이 아미타불을 정대하듯이 제자 또한 관음대성을 정대하겠사옵니다.

십원육향(十願六向)과 천수천안과 대자대비가 모두 같아지며, 몸을 버리고 몸을 받는 차계 타방의 머무는 곳마다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항상 법 설하심을 듣고 참된 교화를 돕겠습니다. 널리 법계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대비주를 외우고 보살 명호를 염하여 한 가지 원통삼매성해에 들게 하겠습니다.

또 원하옵건대,
제자는 이 보(報)가 다할 때에 친히 대성의 방광 접인(接引)함을 입어서, 모든 두려움을 여의고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기쁘며 한 찰나 간에 곧 백화도량에 왕생하여서, 여러 보살과 더불어 정법을 듣고 법류수에 들어가서 생각생각 더욱 밝아져 여래의 대무생인(大無生忍)을 현발하겠사옵니다. 발원해 마치고 관자재보살마하살께 귀명정례하옵니다.”

이와 같이 ‘백화도량발원문’은 관세음보살이 항상 아미타부처님을 정대하듯이 언제나 관세음보살에게 귀명정례 하겠다는 원이다. 첫 번째는 본사인 관세음보살과 똑같아지고(願同本師), 두 번째는 관세음보살의 정토에 왕생하고자 한다(願生淨土). 전자 원동본사는 십원육향, 천수천안, 대자대비가 같아지고, 언제나 관세음보살의 교화를 돕겠다는 원이다. 그리고 후자 원생정토는 관세음보살이 광명으로 맞이하여 이끌어 주심을 입어서 조그마한 하얀 꽃[小白花]가 만발한 관세음보살의 백화도량에 왕생하고 여래의 대무생인을 현발하겠다는 원이다.

▲ 선재동자상(홍련암).

여기서 십원육향은 지금도 기도할 때마다 독송하는 ‘천수경’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원으로서 매우 주목되는 대표적인 열여섯 가지 원이다.

의상 스님은 관세음보살을 백의대사라고 부르고 있으니, 관세음보살의 여러 모습가운데 흰옷을 입고 흰 연꽃 위에 앉아있는 백의관음이다. 관세음보살에게 공양 올리는 ‘관음청’에는 다음과 같이 관세음보살을 찬탄하고 있다.

백의관음무설설(白衣觀音無說說)
남순동자불문문(南巡童子不聞聞)
병상녹양삼제하(甁上綠楊三際夏)
암전취죽시방춘(巖前翠竹十方春)
백의관음은 말없이 말씀하시고
남순동자는 들음 없이 듣는다.
병속의 푸른 버들은 세 때가 여름인데
바위 앞의 푸른 대나무는 시방이 봄이로다.

남순동자는 선재동자의 다른 호칭이다.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차례로 순례했다고 해서 남순동자라 불리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관세음보살 주처에서 동방으로부터 온 정취보살 선지식도 같이 만난다. ‘삼국유사’에서 전하는 ‘낙산이대성’도 관음보살과 정취보살이다. 사굴산파의 개산조인 범일(梵日, 810~889) 스님이 정취보살을 친견하고(858년 헌안왕 2년) 낙산사에 새로 건물을 지어 정취보살상을 관세음보살상과 함께 모셨던 것이다.

고려 초기에 산불로 낙산사가 소실되었으나 관세음보살과 정취보살을 모신 불전만은 화재를 면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후에 몽골의 침략으로 이 건물도 불타버렸다.

의상 스님은 ‘일승발원문(一乘發願文)’도 지었다. ‘백화도량발원문’이 신라통일전후 전란으로 힘든 이들에게 깊이 의지처가 되게 한 발원문이라고 한다면, ‘일승발원문’은 특히 일승 화엄 수행을 권장한 것으로 보인다. 제명에서도 ‘일승법계도’처럼 일승화엄에 의거한 발원문임을 읽을 수 있다. ‘일승발원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직 원하오니,
세세생생처에 삼종세간으로 삼업을 삼아,
한량없는 공양구를 화작해서
시방 온갖 세계에 충만하여지이다.
모든 삼보께 정례하며 공양하옵고
육도 일체류에도 베풀어지이다.
일념에 불사를 짓듯이
일체념에도 이와 같이 하며,
모든 악은 한번 끊음에 일체가 끊어지고 온갖 선은 하나 이룸에 일체가 이루어지이다.
미진수 선지식을 만나서 법문을 들어 수지함에 싫어함이 없으며,
선지식이 대심을 일으키듯이
나와 중생이 일으키지 않음이 없으며,
선지식이 대행을 닦는 것같이
나와 중생이 닦지 못함이 없어서,
광대한 보현행을 구족하고
화장연화계에 왕생하여서
비로자나불을 친견하고
나와 남이 일시에 불도를 이루어지이다.

▲ 선재동자상(일본고산사 석수원).

이러한 ‘일승발원문’에는 ‘일승법계도’의 화엄사상이 발원으로 다시 드러남을 볼 수 있다. ‘일승발원문’에서 의상 스님은 무엇보다도 먼저 삼업이 부처님의 삼업과 같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모든 삼보께 공양올리고 일체 중생에게 베풀고자 한다. 그리고 불사를 짓는 공덕 수행이 하나 이룸에 전체가 이루어지며, 나와 남이 다함께 선지식을 만나 법문을 듣고 수지하여 보현행을 구족하고 화엄정토에 왕생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비로자나부처님을 친견하고 자타일시성불도하기를 원하는 발원문이다.

이밖에 의상 스님의 저술로 전해온 ‘투사례’ 또한 발원문과 예불문의 형식을 함께 갖추고 있다. 화엄신앙과 의례를 알 수 있는 ‘투사례’에는 불법승 삼보가 다양하게 예경되고 있다. 불보 중에는 화엄교주 노사나불, 법보 중에는 ‘대방광불화엄경’ 그리고 승보 중에는 ‘세주묘엄품’의 세주 40중에게 먼저 예경하면서 24사에게 예경하는 화엄의례문이다.

이 발원문들은 다 진찬이 의심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 담긴 내용이 의상 스님의 뜻과 부합됨을 볼 수 있다. 의상 스님은 저술을 그리 많이 남기지는 않았으니, 총 8부인 것으로 전해지나 현존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일승법계도’와 발원문 등의 4부 뿐이다.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 4부의 저술도 그 저술명으로 보아 의상 스님이 매우 중요시 했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입법계품초기(入法界品抄記)’는 ‘입법계품’의 선재순례와 선지식의 해탈법문, 그리고 보현관행(普賢觀行)을 강조하였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법성게’의 ‘십불보현대인경(十佛普賢大人境)’과 ‘일승발원문’의 보현행 등과 깊이 연관되는 것이라 하겠다.

다음 ‘화엄십문관법관(華嚴十門觀法觀)’은 관법을 수행방편으로 삼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니, 제자들이 관법을 개발한 것도 의상 스님이 관법을 중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또 ‘아미타경의기(阿彌陀經義記)’를 통해서는 의상 스님의 관음신앙과 아울러 미타신앙도 헤아려 볼 수 있다. 관세음보살이 항상 정대하시는 아미타불을 관세음보살과 같이 모셨음을 알 수 있으니, 이는 부석사를 비롯한 화엄십찰에 비로자나불 또는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는 것에서도 증명된다. 아미타불도 ‘화엄경’의 아미타불로서 석가모니부처님의 화현신이라 할 수 있다. 아미타불의 정토인 극락세계 또한 화엄정토인 것이다. 끝으로 ‘제반청문(諸般請文)’ 또한 발원문이나 투사례 등과 유사한 성격의 저술인 것으로 간주된다.

아무튼 의상 스님은 실천 수행과 신앙 의례에 지침이 된 글을 주로 남겼다. 물론 스님의 대표저술이 ‘일승법계도’인 것은 이미 언급한 대로이다. 그런데 스님은 저술보다 제자 교육에 헌신하였다. ‘삼국유사’에서는 당시 의상 스님이 금산보개여래의 화현으로까지 받들려져 왔음도 전하고 있다.

해주 스님 동국대 명예교수 jeon@dongguk.edu
 

[1436호 / 2018년 4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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