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 3법인의 의미

‘무상·고·무아’라는 실천적 측면서 연기적 통찰 제시

3법인(三法印)은 붓다의 가르침, 불법(佛法, buddha-dharma)의 특징을 가장 핵심적으로 제시하는 용어로 쓰인다. 즉 3법인은 먼저 연기설의 입장에서 불교가 아닌 외도들의 교설과 구별되는 특징을 나타낸다. 아울러 이는 5온이나 일체의 존재에 대한 연기적 통찰을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가르침으로 이해된다.

북전과 남전 계통에 따라
내용상 조금씩 차이 보여
존재에 실체 없음은 동일
외도와 뚜렷한 차이 보여

하지만 3법인의 구성요소나 법인의 원어에 대해서는 북전과 남전계통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삼법인의 핵심적 용어로 사용되는 ‘법인(法印)’은 산스크리트 ‘다르마무드라(dharmamudrā)’의 번역어로 ‘표식이나 특징’의 의미로 쓰인다. 바로 이에 해당되는 용어가 남전계통의 팔리문헌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팔리문헌에서는 법인과 유사한 개념으로 팔리어 ‘티락카나(tilakkhaṇa)’가 쓰인다. 이는 법의 ‘세 가지 특성(三相)’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용어상 북전계통의 ‘3법인’과 남전계통의 ‘세 가지 특성’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실 ‘3법인’에 해당되는 산스크리트 원어(原語)는 ‘dharmamudrā trilakṣaṇā’로 상정된다. 이 용어는 기원 후 약 2세기 무렵에 활동했던 찬불시인인 마트르체타(Mātṛceṭa)가 그의 저서 “Varṇārhaṇastotra”의 다음과 같은 기술에서 확인된다. 즉 “일체의 법은 무아, 일체의 유위는 찰나멸, 열반은 적정, 이것이 ‘3법인(dharmamudrā trilakṣaṇā)’이다”라는 표현에서 3법인의 원어를 확인할 수 있다. 산스크리트 원어 ‘dharmamudrā trilakṣaṇā’에 대한 한역으로 ‘3법인(三法印)’을 채용한 것은 현장 역의 ‘법온족론(法蘊足論)’과 구마라집 역의 ‘성실론(成實論)’ 등에서 확인된다.

한편 3법인은 초기경전 가운데 ‘법구경’을 비롯한 ‘아함경’이나 니카야의 관련기술을 살펴보면 내용상 다음과 같이 두 가지 형식으로 정리된다. 먼저 북전계통의 설일체유부에서는 3법인이 ①제행무상(諸行無常) ②제법무아(諸法無我) ③열반적정(𣵀槃寂靜)으로 쓰인다. 대승불교에서는 3법인에 ‘일체개고(一切皆苦)’를 포함시켜 ‘4법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남전계통의 상좌부에서는 3법인이 ①제행무상(諸行無常) ②일체개고(一切皆苦) ③제법무아(諸法無我)로 쓰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초기경전 가운데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삼법인은 ‘법구경(法句經, dhammapada)’에서 다음과 같이 확인된다. “‘일체의 형성된 것은 무상하다(諸行無常)’ ‘일체의 형성된 것은 괴롭다(一切行皆苦)’ ‘일체의 법은 무아(無我)이다(諸法無我)’라고 지혜로 본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나니 이것이 청정의 길이다.” 또한 ‘잡아함경’ 권1에서는 “색은 무상하고,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고, 괴로운 것은 무아이다. 수, 상, 행, 식 또한 그와 같다” 라고 설한다.

이와 같이 초기경전의 곳곳에서 3법인이나 세 가지 특성을 설할 때, ①제행무상 ②일체개고 ③제법무아의 세 가지를 설했다.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 북전에서는 3법인에 ‘일체개고’ 대신에 ‘열반적정’을 포함시키게 된다. 용수의 ‘대지도론’에서도 이를 계승하고 있다.

여기서 ①제행무상은 모든 조건 지워진 것, 즉 인과관계의 적용을 받은 유위법이 무상함을 말한다. ②일체개고는 일체의 조건지워진 것은 무상하고, 또한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라고 한다. 이러한 실존적 고뇌는 무상한 것이 가지는 본질적 괴로움을 나타낸다. 이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집착하려는 경향과 ⒝회피하려는 경향을 가지는 심리적 작용기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③제법무아는 5온이나 일체의 존재는 자아라고 할 만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상에서 3법인은 용어상으로 북전과 남전계통에서 미묘한 차이가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일맥상통한다. 결국 초기불교에서 3법인은 연기설의 측면에서 다른 외도들과 구별되는 불교의 요체를 표명함과 동시에 모든 존재나 오온이 실체가 아님을 ‘무상․고․무아’라는 보다 실천적인 측면에서 연기적 통찰을 명확히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36호 / 2018년 4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