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1. 손동연의 ‘병아리 봄’

기자명 신현득

노란 개나리꽃 노래한 그림같은 시

봄은 즐겁다. 온갖 꽃이 피어서 사람의 마음을 밝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개나리는 목련·진달래와 함께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의 전령이다. 담장이나 울타리에서, 밭둑길에서 샛노란 꽃빛깔로 봄을 알리고 있는 것이 개나리이다. 가느다란 가지에는 조롱조롱 예쁜 꽃을 달았다. 노란 꽃은 봄날에 깨어난 병아리 빛깔이다.

개나리는 봄 알리는 전령사
노란 꽃마다 햇볕이 자리해
바람이 불어서 꽃을 흔들면
병아리 소리 들리는 듯 노래

개나리가 피었다는 소식이 온 마을에 전해지면서 듣는 사람마다 희망과 기쁨을 느낀다. 이 희망찬 봄에, 봄의 전령 개나리를 노래한 동시 한 편을 맛보기로 할까?

병아리 봄
개나리 꽃 속에
아장아장 병아리 햇빛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놀고 있다.
그 곁에
새 이름표를 단 바람이
같이 놀자, 같이 놀자,
보채쌓고 있다.
손동연 동시집 ‘그림엽서’(1984)

그림 같은 시다. 제목을 ‘병아리 봄’이라 했다. 병아리의 몸빛깔인 ‘노오란 봄’이라는 뜻일 것이다. 개나리꽃이 밝히는 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개나리는 휘어진 여러 개 가지에 조롱조롱 노란 꽃이 달린다. 그 수많은 꽃 속에 햇볕이 자리를 잡았다. 노란 꽃 속에 노란 햇볕이 병아리로 몸을 바꾸고 들어 앉은 것이다. 노랑꽃마다 노랑 병아리로 몸을 바꾼 햇볕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걸어다니고 있다.

“삐약 삐약, 삐약 삐약!” 작은 개나리꽃마다 작고 노란 병아리들이 소리를 낸다. 신기하다. 여기에 새 이름표를 단 봄바람이 꽃마다 찾아든다. “같이 놀자. 같이 놀자”하는 바람의 부탁이다. 햇볕이 말을 들어 주지 않자 계속 같이 놀자며 보챈다.

“그래 좋다 우리는 친구다. 친구 하자”하고 마침내 햇볕은 바람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다. 봄바람도 “나도 노란 개나리 빛깔이 돼야지”하고 마침내 노란 빛깔 바람으로 변신 할 것이다. 노오란 빛깔 개나리꽃과 노오란 빛깔의 햇볕, 노오란 빛깔의 바람이 어우러지면 한층 더 재미나고 좋은 일이 이루어질 것 같다.

“삐약 삐약, 삐약 삐약!” 같이 노랑 병아리 소리를 내며 즐길 것이다. “재미 있지? 재미 있지? 재미 있지? 우린 세 친구야”하며 즐길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동심의 세계요, 판타지의 세계요, 꿈의 세게요, 시의 세계다. 동심의 세계는 불가능이 없다. 돌이나 바위까지 생명을 가진다. 돌과 바위가 살아서 숨쉬고, 사유하고, 감정을 가지는 것이다. 기쁨을 표현하고 고통을 호소한다.   생명을 가진 식물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과 똑같은 언어와 감정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개나리와 햇볕과 봄바람이 노란 색깔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똑같이 언어와 감정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나리와 햇볕과 봄바람은 이렇게 어우러져 우정을 나누면서 좋은 일을 성취하게 될 것이다.

작자 손동연(孫東然, 1955∼ )은 해남 출신이며 1975년부터 동시를 시작으로 자유시, 시조시 등으로 신춘문예 5관왕의 진기록을 세운 놀라운 재주꾼이다. 아동문학에서만 대한민국 아동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많은 작품집 중에서 개성이 두드러진 연작 동시집 ‘뻐꾹리의 아이들’만 6권을 출간하여 ‘뻐꾹리의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36호 / 2018년 4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