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벌과 나비 감소가 가져올 미래

기자명 진명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8.04.23 10:49
  • 수정 2018.05.31 18:18
  • 댓글 2

몇 해 전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세계 주요 작물 가운데 동물 수분에 의존하는 종이 3분의 1’이며 북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벌과 나비의 개체 수가 약 30~40%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 원인은 서식지 감소도 크지만 농약과 오염, 외래종, 병원균 및 기후 변화를 의심했다’라고 전했다.

벌과 나비의 개체 수 감소가 불교와 승가에 무슨 큰 이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요즘 날씨 변화를 보며 도량에 동주하는 풀과 나무가 피운 향기로운 꽃에 벌과 나비가 찾아오지 않는 현상은 분명 심각한 신호라는 생각이 든다. 그 원인이 농약, 오염, 외래종, 병원균 및 기후 변화라고 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분명 우리 인간이다. 인간의 삶의 형태가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더 부유하고 편리하게 살고자 했던 욕망의 결과다.

세계 모든 국가 전문기관들에서 내어놓는 보고서는 많지만 지금 우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계몽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구촌의 이 심각한 현상을 늦추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삶 속에서 적극적인 실천 활동들이 활발하지 않은 것이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함을 인식해야 한다. 과일 농가에서는 식물의 수분(受粉)을 인공적으로 해결한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채소와 과일 생산량이 빠르게 줄어들 것이며, 가까운 미래 인간의 먹거리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생겨나지 않을까 예견해 본다.

벌과 나비의 심각한 감소를 보며 비단 곤충과 식물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님을 사람들은 뉴스나 보고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그렇게 심각하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몰라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매일 나오는 생활쓰레기 가운데 폐비닐과 플라스틱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작은 실개천에서 강을 지나 바다로 모이는 플라스틱 오염은 바다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은연중에 식생활을 통해 몸속에 오염 수치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결혼한 젊은이들의 불임율이 높아지는 원인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축적되는 환경유해 물질은 우리 생활 저변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그 결과물을 보여 주게 될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유정세간(有情世間)이든 무정세간(無情世間)이든 생노병사(生老病死)하고 생주이멸(生住異滅)하며 성주괴공(成住壞空)하는 범주 안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하셨다. 그 진리 안에 존재하지만 우리는 바르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할 것인가 느리게 변화 할 것인가, 건강하게 변화할 것인가 아프고 괴롭게 변화할 것인가, 밝고 아름답게 변화할 것인가 어둡고 더럽게 변화할 것인가. 이것은 우리의 몫이다. 지금껏 우리는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빠르고 편리한 것을 선택해 왔다. 이제는 그 결과가 어떤 현상을 만들어 내는지 심각하게 인지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서 있다. 무엇을 또 어떤 삶을 선택해야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아름다운 지구별을 물려 줄 수 있을 것인지 매일 매 순간 삶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우리 승가공동체에서 솔선수범하는 계몽운동이 시작되면 어떨까 싶다. 열반에 드신 법정 큰스님께서는 일찍이 90년대 초 ‘마음을, 자연을,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자’는 슬로건으로 맑고 향기롭게 운동을 펼치셨다. 결국 사람의 한 생각 한 마음자리에서 모든 것이 비롯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일으키는 한 생각이 선한 결과를 만들어 가기를 희망해 본다.
 
진명 스님 경기도 시흥 법련사 주지 jm883@hanmail.net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