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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 갑질’과 신카스트 사회

기자명 심원 스님

요즘 포털 뉴스에 이른바 ‘물컵 갑질’이 오르내린다. 사건의 주인공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 ‘땅콩회항 및 승무원 폭행’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이다. 두 자매가 비슷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다 보니 재벌2세의 갑질이 또 한번 많은 이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재벌은 우리사회의 상위 1%에 해당하는 최상위 계층이다. 일반 서민들은 그들의 일탈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세계로 진입하지는 못한다. 거의 불가능하다. 계층의 장막이 너무나 높고 두텁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신카스트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카스트는 인도의 사회계급제도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인도어가 아니다. 16세기 인도에 온 포르투갈인이 ‘바라문,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의 4성으로 이루어진 인도의 특이한 사회제도를 ‘카스타(casta)’라고 부른 데서 비롯된 것이다. 카스트 제도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피부색의 차이에 근거한 ‘바르나(varṇa)’와 소수종족이나 직업 집단을 말하는 ‘자티(jāti, 출생)’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도 사회질서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이제 카스트라는 말은 뿌리 깊게 내재화된 계급사회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예전에 어느 언론에서 ‘대한민국 신카스트 시대’라는 표제 하에 한국의 계층구조 고착화에 대해 집중 분석한 적이 있다. 그에 의하면, “고도성장의 활력에 힘입어 신분상승이 가능하던 한국사회가 IMF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저성장시대로 들어서게 되자, 경제 역동성이 상실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적 부에 의해 계층이 갈리고, 일단 갈라진 계층구조는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마침내 대한민국은 ‘신카스트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제1계급인 브라만에 해당하는 ‘최상류층’은 사회·문화·경제의 모든 혜택을 향유할 뿐 아니라 경제자본은 상속으로, 문화자본은 교육으로, 사회자본은 인맥과 혼맥으로 대물림하면서 계급을 유지한다. 2번째 계급인 크샤트리아는 ‘중상류층’으로, 이들은 중산층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한다.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에 적을 두고 있다. 3번째 계층인 바이샤는 현대사회의 절대 다수 ‘서민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영세 자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겨우 현상유지를 하며 자식 교육을 시킬 수 있다. 최하급 ‘빈곤층’은 수드라에 해당하는데, 일용직 노동자나 시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용이 불안한 이들로, 생활보호대상자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노숙자, 부랑자 등은 카스트 안에도 들지 못하는 딜리트(불가촉천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고착화된 신카스트 사회에서는 계층간 장벽이 두텁게 쌓이면서 점점 이동이 어려워진다. 하위 계층에서 상위 계층으로의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며, 상위 계층에서 하위 계층으로 한 번 전락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예부터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탄생게에서 말씀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에 그 의미가 있다 한다. 이 말씀은 신분의 벽을 넘어 모든 인간의 평등성에 대한 선언이다. 그런데 모든 인간이 평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는 넘을 수 없는 계층의 불평등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삼계는 괴로움의 세계이다. 이들 삼계의 고통 받는 중생의 행복을 위해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셨다고 하신다. 그러면 오늘날과 같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행복지수 꼴찌인 신카스트 대한민국에 오신다면 부처님께서는 무엇을 하실까? 국가 정책도 속수무책인 현실에서 부처님의 탄생게가 허망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불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해법의 묘안이 없으니 ‘물컵 갑질’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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